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20대 대선 이후 처음 만났다. 이날 만찬은 새 정부 출범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만큼 새 정부를 향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환자들은 절박함을 실어 목청을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40여일을 앞두고 환자들은 무엇을 바라는지 살펴봤다.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기면병환우협회, 부신백질이영양증부모모임,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 등 6개 환자단체를 통해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치료현장 목소리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 달라
환자들은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새 정부’를 바랐다. 당사자(환자·보호자)와 현장에서 치료하는 전문의의 의견을 직접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에 반영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경청’을 바탕으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한 몇 가지 현안을 꼽았다. 하나는 장애제도의 현실화다. 지난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기면증, 뚜렛증후군, 백반시, 복시 등이 장애로 인정받게 됐지만, 현실적으로 장애판정을 받기 어려워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발성증후군 등에서는 복합장애 인정 문제도 얽혀있다.
의료용마약진통제 오남용에 대한 시스템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질환별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마약성진통제 처방을 규제하고 있어, 오남용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이 필요한 환자들의 처방 기회까지 박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환자 및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다.
환자 맞춤형 치료 여건 개선
새 정부를 향한 환자들의 바람 중에는 개별 맞춤형 치료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도 있다. 각 질환자의 상황과 임상적 필요·요구에 따른 치료 접근 기회가 더 열렸으면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중증질환자나 이동장애 환자를 위해 재택의료 기회를 확대하는 것,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경우라면 그 병원과 연계된 방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환자 특성에 맞는 선별 처방이 보다 용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 등을 바랐다.
또한 윤 당선인의 대선공약집에도 포함된 만큼, 희귀질환 치료 신약에 대한 접근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신백질디스트로피(ALD) 환자들에게 필요한 ‘로렌조 오일’이 아직 정부로부터 지원과 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인 로렌조 오일의 경우 대만 등에서는 국가가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신약 건강보험급여 검토 기간 단축
환자단체들은 윤 당선인이 “암환자, 중증희귀질환자 신약접근성 개선”을 수차례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를 실행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환자단체들은 신약의 보험급여 검토과정을 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등의 과정을 차례로 거쳐야 하는데, 이는 ‘이중 가격협상’이라는 것이다. 심평원 가격협상 시 건보공단 가격협상팀이 참여해 단기간에 의사결정을 내려 일분일초가 급한 환자들을 덜 기다리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항암 신약 보험급여는 위험분담제를 통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평가는 면제돼야 한다”,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전문위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 등의 요구를 새 정부를 향해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