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뢰사고로 발목을 절단한 수색대대장, 부대원의 안위를 먼저 물어
- DMZ등 전방의 지뢰사고시, 적과 아군의 지뢰에 따라 전공상으로 갈려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 경기 파주와 연천의 경계, 군사분계선 이남 비무장지대.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장병들 사이에서 두 차례의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앞장서 있던 장병이 1차 폭발로 부상을 입자, 수색대대장이 그를 살피러 다가섰고, 바로 그 순간 2차 폭발이 대대장의 발목을 앗아갔다. 함께 있던 중사 한 명은 골절상을, 다른 한 명은 경상을 입었다. 응급헬기가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 이들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수색대대장은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몸 상태보다 먼저 함께 작전에 나섰던 부대원들의 안위를 물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15년 8월 4일, 같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의 사고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그리고 11년 전 그 사고가 남긴 숙제인 "국가는 이런 부상을 어떻게 예우할 것인가?" 는 지금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하재헌 중사는 당시 군인사법에 따라 '전상(戰傷)'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판정을 뒤집고 '공상(公傷)'으로 재분류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한 피해를 전상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두 다리를 잃은 청년이 서류상으로는 '전투'가 아니라 '공무수행' 중 다친 사람으로 분류된 셈이었다. 여론이 들끓었고, 대통령이 직접 법조문을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한 끝에, 2020년 정부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과 '적이 설치한 위험물을 제거하는 작업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 인정 기준에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을 단행했다.
이번 25사단 사고는 그 개정이 실제로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개정된 조항은 정확히 '적이 설치한' 위험물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전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 지뢰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에 폭발한 것이 우리 군이 과거에 매설한 지뢰로 밝혀진다면, 혹은 끝내 어느 쪽 것인지 특정하지 못한다면, 부상 장병들은 전상이 아닌 공상 국가유공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임무, 같은 위험, 같은 부상이 지뢰에 제조국에 따라 예우가 달라진다.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준인지는,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의 성격을 떠올려보면 더 분명해진다. 이곳의 지뢰 상당수는 수십 년 전에 매설되었고, 장마철이면 물길을 타고 이동한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번 사고에 대해 아군 지뢰, 북한군 지뢰, 유실 지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파편 감정과 바디캠 영상 분석, 유엔군사령부와의 공동 현장조사까지 거쳐야 하는 사안을 며칠 안에 결론짓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 부상 장병의 예우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이, 이 사안을 무겁게 만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편은 사라지고 지뢰의 국적을 가려낼 물증 자체가 옅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미 이 조사의 속도를 놓고 날을 세우고 있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사를 늦추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와 여당은 은폐도 흑막도 없다며 이를 정쟁으로 규정한다. 이 논쟁의 승부를 가리는 것은 모두의 몫이 아니다. 다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이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정작 병상에 누운 장병들의 국가유공자 지위는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 속에서, 장병의 명예는 부수적인 문제로 밀려나기 쉽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사와 예우를 반드시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뢰의 소유·매설 주체를 규명하는 작업과, 부상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하는 절차는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다. 우선 국가유공자 등록을 패스트 트랙으로 진행하여 최소한의 예우와 지원을 시작하고, 이후 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전상으로 소급 격상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면 된다. 나아가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적의 소행'이라는 입증 책임 하나에 예우의 등급 전체를 걸어두는 지금의 경직된 기준 자체도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수색과 경계라는 임무 자체가 이미 국가 안보와 직결된 위험한 직무임은 법령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 위험을 무릅쓴 대가가, 지뢰의 국적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만약 이번 폭발이 북한이 매설했거나 북한에서 흘러온 지뢰로 최종 확인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별개의 무겁고 정치적인 사안이 된다. 명백한 도발이자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위협 행위인 만큼, 정부는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그 규명과 항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정이, 부상 장병의 예우까지 함께 늦춰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두 문제는 서로 다른 시계로 다뤄져야 한다.
발목을 잃은 그 순간, 수색대대장이 물은 것은 지뢰의 국적이 아니라 함께 있던 부대원들의 안위였다. 정작 국가는 그 부상을 예우하기에 앞서 지뢰의 국적부터 따지고 있다. 이 어긋남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에게 국가가 갚아야 할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께, 대한민국 10만 상이군인 국가유공자를 다시한번 살펴주기를 25사단 출신 상이군인으로서 간곡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