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대상자들의 고용률이 법정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보훈대상자 취업보호제도가 겉돌고 있다.
보훈처는 기업과 보훈대상자간 `눈높이 조율'을 문제삼는 데 비해 기업들은 현행 고용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반발하는 등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14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 보훈대상자 의무고용업체 1만7천707개사가 고용하고 있는 보훈대상자는 모두 6만5천721명으로, 법정고용기준 13만2천13명의 절반에 못미치는 49.8%로 나타났다.
제조업 가운데는 음식료업(법정기준의 36%), 피혁(32%), 전기기기(33%), 영상및 통신장비(32%) 업체들이, 비제조업의 경우 보험업(31%), 건설업(33%), 육상운송업(28%) 등이 특히 저조한 고용률을 보였다.
보훈처 관계자는 "한해에 전체 지원자의 40% 정도만 취업하고 있고 30%는 자영업이라도 시도하지만 나머지 30%는 항시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며 "기업과 보훈대상자들의 `눈높이' 조율이 안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전자업체 L사의 인사 관계자는 "보훈처가 취업 희망자를 해당 분야에 적합하게 교육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장애인은 물론 보훈대상자까지 법정 채용비율에 맞춰 고용하기는 어렵다"며 "어렵사리 채용된 인원도 결국 변두리 부서로 배치되거나 본인이 스스로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특히 `강제고용제'의 폐해에 대해 입을 모은다.
이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훈처장이 채용 실적이 낮은 업체에 취업보호대상자를 지정, 강제로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이 입증자료를 구비해야만 1년간 고용명령이 유예된다.
서울지방보훈청의 경우 연간 1천500여명의 지원자 중 45% 가량을 이같은 고용명령을 통해 처리할 정도로 고용명령 의존율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고용기준에 미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보훈기관이 `만만한' 기업을 골라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빌미가 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 D사의 인사담당자는 "고용명령 통지를 받으면 보훈지청에 `인사'를 가서 명령유예를 부탁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기업에 넘기려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식으로 유예된 지원자들이 실제 고용명령을 통해 채용한 인원보다 많다"고 말했다.
보훈채용을 신청하고 대기중인 박모(24)씨는 "기업과 보훈처가 서로 나몰라라식으로 반목해 중간에서 보훈대상자들만 피해를 본다"며 "보훈처가 실시하는 직업교육도 취업준비생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