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쪽방에 컵라면 신세"…생활고 겪는 참전용사들
입력2021.06.27. 오후 7:15 수정2021.06.27. 오후 8:20
송민선 기자
[포커스] "쪽방에 컵라면 신세"…생활고 겪는 참전용사들
[앵커]
오늘도 우리가 이 땅에서 보낸 평범한 일상은 71년 전, 한국 전쟁에 나선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사선을 넘나 든 참전용사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저희 취재진이 고령이 된 참전용사들을 만나보니, 쪽방에서 라면을 먹고 살아가는 등,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포커스는 참전용사 처우에 맞췄습니다.
[리포트]
1951년 두 달짜리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충북 단양 전투에 투입됐던 김영환 씨.
소위 계급장을 달았던 스무 살 청년은, 백발 성성한 91살 예비역 대위가 됐지만, 김 씨의 삶은 한국전쟁 때나 지금이나 버겁긴 마찬가집니다.
김영환 / 한국전쟁 참전용사(예비역 대위)
"국가에서 지금 받는 보상금 가지고는 좀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햇반이라든가 뭐 이런 라면이라든가 이런 걸로 끼니를 연장해왔죠. 억지로 살아나가죠."
상이군인인 김 씨가 참전 명예수당 등 매달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157만 원 수준. 다른 참전용사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고시원 월세나 사별한 아내의 병원 수술비 대출금, 약 값과 식비 등을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당장 보증금으로 낼 목돈이 없다 보니 국가유공자 임대주택도 그림의 떡입니다.
김영환 / 한국전쟁 참전용사(예비역 대위)
"몇 번 신청을 했었는데, 갈만한 데는 또 차례가 안 오고. 그냥 고시원에서 이렇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차례가 와도) 보증금을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못 됐기 때문에 또 포기를 하고…."
장교도, 상이군인도 아닌 사병 출신 참전용사의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서울 황학동 상가 지하. 월 25만 원짜리 쪽방에 사는 98살 김희경 씨는, 국군 3사단 소총병으로 한국전쟁을 치른 참전용사입니다.
햇볕도 들지 않아 악취가 심한 곳이지만, 기초 생활수급비에 참전 명예수당까지 합쳐도 집을 옮기기엔 턱없이 부족해, 수년째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희경 / 한국전쟁 참전용사(소총병 출신)]
"나오는 것 (거의) 없어요. 기초연금 27만 원인가 요새 나오는 것 그것밖에 없어요. (참전 명예수당) 나오는 것 집세 주고 여기서 일하는 것 24만 원인가 부쳐놓은 것 집세 주고…."
정부 지원금을 아껴 쓰려 애쓰지만 노환 때문에 약 값과 치료비를 쓰고 나면, 적자가 나기 일쑤입니다.
4년 전,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70대 국가유공자가 1800원짜리 콜라 한 병을 훔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참전 당시 계급과 부상 여부에 따라 수당 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전쟁 중 다친 전우가 부러울 정도라는 서글픈 농담도 오간다고 합니다.
고령인 탓에 국가유공자 혜택을 제대로 몰라 신청조차 못한 참전용사도 상당수입니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 90만 명 중 미등록 참전유공자만 3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노용환 /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
"지난 70여 년 동안 참전용사들 처우가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서 소외된 케이스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사각지대가 없도록 정책을 더 촘촘히 설계해야…."
71년 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참전유공자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몫이겠죠.
지나가던 개가 웃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여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