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피 흘린 헌신에도 한숨짓는 참전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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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피 흘린 헌신에도 한숨짓는 참전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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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린 헌신에도 한숨짓는 참전용사들
윤별 기자  입력 2024.11.24 22:50  수정 2024.11.25 13:40
 
합당한 참전유공자 예우 위해 보훈제도 개선 필요해

지난 2023년 6월 부산 금정구에서 한 6·25 참전유공자가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마트에서 젓갈과 참기름, 참치통조림 등 약 8만 원어치의 반찬을 훔친 것이다. 해당 참전유공자는 “계산할 돈이 부족해 물건을 훔쳤다”며 “죄송하다”고 전했다.

군 복무 중인 장병과 그 가족을 원호하고자 「군사원호법」이 제정된 1950년 이래로, 국가는 국가유공자 예우에 꾸준히 힘써왔다. 그럼에도 참전유공자들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전유공자 지원 제도와 그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들을 살펴봤다.


총칼 쥐던 손에 남겨진 생계의 무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국가유공자법)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모든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정의한다. 전투 중 상이를 입거나 사망한 ▲전몰군경 ▲전상군경을 비롯해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4·19혁명 공로자 등 18개 유형이 국가유공자에 포함된다. 지난 10월 기준 국가유공자 본인과 유족, 5·18 민주유공자 등을 포함한 국가보훈대상자*는 총 83만 2천913명이며, 그중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참전유공자는 20만 5천52명으로 집계됐다. 경복대 의료사회복지과 차승만 교수는 “국가보훈대상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참전유공자”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의 나이 ▲적은 경제적 지원 등의 이유로 참전유공자들이 생계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참전유공자 대부분은 고령이기에 별도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아래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참전유공자의 75.1%는 비경제활동 인구에 해당했다. 10월 기준 국가보훈부의 ‘참전유공자 등록현황’에서 추산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80.5세다. 차 교수는 “참전유공자들은 고령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최은석 송파지회장은 “3~5년에 걸친 긴 군 생활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힘들었던 사병들도 있다”며 “군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연금을 수령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생활실태조사에서 ‘공적 연금을 수령한다’고 응답한 참전유공자는 33.8%에 그쳤다. 3월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3년 12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서 전체 노인 인구 973만 명 중 절반 이상인 498만 명이 국민연금을 수령한다고 조사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적은 참전명예수당은 참전유공자들의 생활고를 가중한다. 국가보훈부는 참전의 명예를 기리고자 65세 이상의 참전유공자에게 월 42만 원의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한다. 80세이상 중 생계가 곤란한 참전유공자에게는 추가로 월 10만 원의 생계지원금을 지원한다. 이는 1인 가구 중위소득의 32%로 생계급여 수급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71만 3천102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생활실태조사에 의하면 참전유공자의 33.1%가 저소득층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옥 명예교수(경기대·국제학)는 “참전유공자들이 살아가려면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전유공자들은 이 외에도 ▲불편한 보훈병원 이용 체계 ▲유족 승계 불가능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보훈병원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아래 보훈공단)이 관장하는 의료시설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게 진료 및 재활서비스 등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참전유공자는 보훈병원에서 진료받을 시 진료비의 90%를 감면받는다. 현재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에서 총 6개소의 보훈병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용자 수에 비해 보훈병원이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차 교수는 “병원 접근성이 낮아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방문하려면 근처 여관이나 친척 집에 머물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질환을 지닌 참전유공자는 보훈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지만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보훈병원을 한 번 방문하려면 2~3달을 기다려야 한다”며 “결국 가까운 다른 병원에 간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평균 164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는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대기 기간보다 약 4개월 길다. CT 검사에는 국립중앙의료원 대기 기간의 약 4배인 52.2일이 소요됐다.

참전유공자 혜택이 배우자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승계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1~3 등급의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배우자의 경우 매월 318만 5천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자녀와 손자녀에게는 ▲중·고·대 수업료 면제 및 학습보조비 지급 ▲가점취업 또는 보훈특별고용 ▲보훈병원 감면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반면 참전명예수당은 당사자 지급을 원칙으로 해 배우자와 유가족에게 별도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차 교수는 “참전유공자가 사망하면 수당 지급이 중지되고 남겨진 배우자가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한지연 교수는 “참전유공자 직계가족의 생활 안정을 위해 기존의 복지정책과 보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격에도 지역마다 달라지는 대우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의 편차가 심한 점도 문제다. 차 교수는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예우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나라를 위했던 헌신의 가치가 지역별로 다르게 평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충남 서산시는 정부 지원금과 별개로 시도 차원에서 10만 원을, 시군구 차원에서 50만 원을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한다. 국가보훈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합한다면 서산시에 거주하는 참전유공자는 매월 102만 원의 참전명예수당을 수령한다. 반면 전북 전주시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은 시도 4만 원, 시군구 6만 원으로 총 1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금을 합해도 서산시의 절반에 그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이 달라 책정 금액이 일률적이지 않다”며 “거주지역에 따라 수당 금액이 달라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2월 국가보훈부는 지급액이 하위 40%에 속하는 지자체들에 참전명예수당을 전국 평균인 15.3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내용이 잘 지켜지지 않자 2023년 10월 지자체 차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해 ‘지자체 참전수당 지침’(아래 참전수당 지침)을 배포했다. 참전수당 지침은 2년간 2단계에 걸쳐 지자체의 참전명예수당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단계는 기초자치단체가 매월 8만 원 이상의 참전명예수당을 지급할 것을, 2단계는 광역자치단체가 이를 추가 증액해 지급액 합계를 18만 원 이상으로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이기에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10월 기준, 참전수당 지침에 따라 1단계를 준수해야 하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66곳 중 36곳이 여전히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구 ▲노원구 ▲성북구 ▲은평구와 부산 ▲서구 ▲사하구 ▲북구 ▲중구의 8곳은 기초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이 ‘0원’이다. 유 교수는 “국가보훈부는 지방자치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7월 국가보훈부는 「국가보훈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자체의 참전명예수당을 관리할 가이드라인을 직접 마련하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골자로 한다. 본격적인 의결을 위해 9월 정무위원회의 검토를 거쳤지만 ▲참전명예수당의 형평성을 고려할 주체 ▲지자체 비용 보조의 정당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현재까지 본회의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다.

‘보훈’에 ‘보답’하려면

참전유공자가 영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보훈의료 위탁병원 확충 ▲정부 주도의 명확한 지원 체계 마련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훈의료 위탁병원은 국가유공자법 등에 따라 보훈대상자의 진료를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의료기관이다. 한국보훈학회 이강수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보훈병원은 종합병원적인 성격을 띠고 수도 많지 않아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구조”라며 “보훈의료 위탁병원을 확대해 멀리 떨어진 보훈병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거리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8일 기준 국내에는 총 846개의 보훈의료 위탁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의원 584개 ▲종합병원 94개 ▲요양병원 102개 등이 위탁병원으로 지정됐으나 이마저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에 절반 이상인 436곳이 몰려 있어 여전히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가보훈부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보훈대상별 현황’에 따르면 참전유공자의 60%가량이 6개 도시 외의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국가보훈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보훈의료 위탁병원을 오는 연말까지 920곳으로, 오는 2027년까지 1천14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차 교수는 “실제적인 의료 보훈을 위해 이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훈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형평성 있게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부회장은 “현 보훈 체계는 여러 국가보훈대상자와 지원 내용이 혼재한다”며 “적절한 예우를 제공하기 위해 보훈제도를 원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보훈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원 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훈제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문제가 되풀이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전쟁·평시 사상 군인 ▲참전 군인 ▲제대 군인을 국가 보훈 대상으로 지정하고 ‘제대군인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호국보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 유 교수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존경받는다는 국민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믿음이 뒷받침됐을 때 자신도 희생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현역 군인에 대한 대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참전유공자에 대한 책임감 있는 보훈 문화가 현세대의 국가안보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 역시 “국가유공자를 어떻게 대우하는가가 우리 사회를 안전하고 강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지난 2023년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참전유공자들에게 제복을 지급했다. 최 지회장은 “예복 한 벌이 진정한 예우를 대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존재한다. 최 지회장은 “국가가 우리를 위해 애써주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전했다.

글 윤별 기자 : socio_newstar@yonsei.ac.kr
그림 고수화 작가(행정·21)

제공 연세춘추 :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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