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에 무단 주차 늘어...과태료 부과하는 조례 없어 지자체는 ‘난감’
기자명 김정원 기자 입력 2025.08.13 16:30 수정 2025.08.13 16:48
현재 조례 상 과태료 부과 없이 이동 권고만 가능
국가유공자 인증서 소지해야 주차 가능하지만 매번 확인 어려운 점 노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 구역에 무단 주차된 차량의 모습. 김정원 기자
대구시 공공기관 중심으로 운영 중인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노려 ‘얌체 주차’하는 운전자들이 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9월20일 ‘대구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시 조례 제정 이전에도 동구·수성구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구청 산하 공영주차장에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은 국가유공자증 또는 유공확인서를 운전자나 동승자가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만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례 제8조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주차구역을 설치한 자 또는 관리자는 국가유공자 등이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가 우선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 다른 장소로 이동해 주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장애인 주차구역과 같이 불법 주차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조례 내용을 악용해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에 무단 주차하는 인원은 예상외로 많았다. 대구일보 취재진이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부터 13일 오후 4시까지 동구청 청사주차장 내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관찰한 결과 30분 이상 주차한 차량은 총 4대, 30분 이하 단기주차 차량은 총 5대가 있었다. 9대의 차량 모두 국가유공자와 동승하지 않았고 운전자 역시 국가유공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한 차량 운전자는 우선 주차구역에서 창문을 내린 채 담배를 피우다 주변 사람들이 항의를 해 차를 빼는 모습도 있었다.
국가유공자가 아님에도 이 구역에 주차한 김모(45)씨는 “이 곳에 주차한거 잘못이라는 것을 알지만 동구청 주차장이 이렇게 협소한데 민원인들은 그럼 어디에다가 주차를 하란 말이냐”며 “금방 볼 일보고 다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업무를 본 후 차량을 그대로 놔두고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청사주차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수시로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순찰하며 무자격 차량에게 이동을 권고하지만 여의치 않다. 외부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는 더욱 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동구청의 경우 청사주차장 외 13곳에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해 놓았다. 대구 구·군 중 주차 면수가 가장 많다.
동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주차장 업무만 하는게 아니다보니 분초 단위로 해당 주차구역을 감시하는 건 어렵다. 외부 공영주차장의 경우 순찰 등을 통해 불법 주차를 방지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불법 주차 방지에 나서고 있다. 산격청사와 동인청사 모두 수시로 관리부서 직원이 점검 후 무단 주차 시 이동을 권고하고 있다. 한응민 대구시 총무과장은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을 위해 국가가 드리는 최소한 배려”라며 “시민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준수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대구시 역시 구·군과 협력해 시민의식 신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