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현 인천보훈지청장, 언론매체 2곳에 사과문 배포
부천시·시민단체 "당사자도 모르는 반쪽짜리 사과"
이 지청장, 안중근 의사 추념식서 막말 논란
부천시장 "추념식 망치고 안중근 의사 명예 먹칠" 공식 사과 요구
시민단체·국회의원 "보훈부가 징계하라" 규탄 확대 양상
이광현 인천보훈지청장이 최근 열린 '안중근 의사 서거 115주기 추념식'에서 추념사 도중 행사 취지와 관계없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청장이 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특정 지역언론에만 배포하면서 '입막음용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광현 인천보훈지청장, 언론매체 2곳에 사과문 배포
이광현 지청장은 보도자료를 내 "인천보훈지청장으로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지청장은 "당시 발언은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면서 "광복회 회원 등 주요 참석자들에게 바로 사과하고 유감의 뜻을 전했지만 충분치 않았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사 성격과 의미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앞으로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언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부천시·시민단체 "당사자도 모르는 반쪽짜리 사과"
그러나 이 지청장은 사과문을 두고 '반쪽 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보훈지청이 해당 사과문을 특정 매체 2곳에만 보냈을 뿐 정작 사과를 요구한 부천시나 광복회 등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부천시 관계자는 "관련 행사 이후 인천보훈지청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공식사과를 요구한 기관도 모르게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사태가 커지자 입막음용 사과를 한 것"이라며 "한 기관의 수장으로써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청장, 안중근 의사 추념식서 막말
이 지청장은 앞서 지난 26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안중근공원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115주기 추념식'에서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을 인용하면서 "정치인은 정치를, 학생은 공부를, 월급쟁이 노동자는 일을 잘 하면 된다"며 "그러나 노동자들이 본분을 지키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위국헌신군인본분'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뤼순 형무소에 투옥해 있을 당시 옥중에서 쓴 붓글씨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건 군인의 본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3년 1월 15일 보물로 지정됐다.
이 지청장의 발언은 애초 준비된 추념사 원고가 아닌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다. 이 발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동단체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이는 등 거리로 나서는 것을 비난하는 취지로 이해됐다.
당시 광복회 회원 등 참석자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 지청장은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에 부천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강하게 비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추념식 망치고 안중근 의사 명예 먹칠" 공식 사과 요구
조용익 부천시장은 행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청장이) 참석자들의 강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탄핵 정국과 관련된 정치적 주장, 왜곡된 노동 의식, 노동자 폄훼 발언을 이어가면서 차분하고 엄숙해야 할 추념식을 망쳤다"며 "행사 취지와는 무관한 정치 개입 발언을 쏟아내며 안중근 의사의 명예에 서슴없이 먹칠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조 시장은 "이 청장은 탄핵 정국과 관련해 의사를 밝히거나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했는데, 이는 분명한 공무원의 정치 개입 발언"이라며 "이 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청장의 재발 방지 약속과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며 "그 사과는 비단 부천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해당 행사를 준비한 광복회 부천시지회를 비롯한 부천시민, 이 땅의 노동자들 그리고 안중근 의사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국회의원 "보훈부가 징계하라" 규탄 확대 양상
시민사회단체인 부천비상행동도 "이 지청장의 발언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떠받치는 보훈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모든 국민이 제 본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정치권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천시의원은 지난 28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 청장의 추념사는 직무와 본분을 정반대로 행동한 안중근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망언"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부천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기표·서영석·이건태 국회의원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에서 공직사회가 어떻게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이 지청장의 사퇴와 국가보훈부의 감찰과 징계를 촉구했다.
한편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보훈지청은 인천시와 경기 부천·김포·광명시의 보훈 대상자에 대한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이 지청장은 이달 초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