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의사들 "보훈공단 부조리·무책임, 더는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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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의사들 "보훈공단 부조리·무책임, 더는 못 참겠다"

민수짱 0 614 04.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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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난 의사들 "보훈공단 부조리·무책임, 더는 못 참겠다"
'민주노총 조합원' 된 중앙보훈병원 의사들 "지배구조 개선·공공성 강화 목표"
22.04.14 11:35l최종 업데이트 22.04.14 11:35

손가영(gayoung)
 
보훈병원 소속 의사들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의사들이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훈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월 광주보훈병원 전문의 12명이 병원을 그만뒀다. 서울 중앙보훈병원도 지난 3월까지 12명이 떠났거나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일한 장기 근속 전문의였다. 부산보훈병원에선 안과 전문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줄을 이은 의사들의 사직은 중앙보훈병원 의사들이 올해 의료계 종사자들의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가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단 임원들의 부조리, 비효율적인 병원 운영, 열악한 처우 등을 지난 4년 간 지켜보며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주인숙 중앙보훈병원 분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전문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비롯해 더 이상 병원 운영을 비정상으로 몰고 가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 중심의 지배구조를 인내할 수 없다"라며 "공단 업무는 보훈처로 이관하고 병원 업무는 각 병원이 중심이 돼 책임경영을 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사 100여명 "부조리·무책임 보훈공단, 더는 못 참아"

보훈공단(이사장 감신)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상의 준정부기관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료, 건강관리와 보호, 의학적·정신적 재활, 관련 조사·연구 등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산하에 6개 보훈병원, 6개 보훈요양원, 교육연구원 등 의료·요양 기관을 두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6개 보훈병원 중 하나로 부산·대구·대전·인천·광주 보훈병원이 더 있다.

중앙보훈병원 분회의 민주노총 가입은 지난 2월 18일 결정됐다. 100여명 의사 조합원 중 80명이 투표해 62명(약 78%)이 가입에 찬성했다. 2018년 8월 설립된 중앙보훈병원 노조는 3월 말 이 사실을 공개하며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체감하고 높은 찬성률로 민주노총 가입이 가결됐다"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환자중심으로 진료환경 개선, 공공병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2017년경 실적 쥐어짜기 사태와 2019년 경영평가 조작이 사건이 있다. 2016년 새로 부임한 병원장이 중앙보훈병원의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외래 진료 환자 목표치를 정하면서 '진료 세션을 한 세션씩 늘려라' '약도 오래 처방해주지 말라' 'MRI, CT 등의 실적도 높여라' 등의 지시가 내려오며 적정진료를 지키려는 의사들과 병원장 간 갈등이 불거졌다.

여기에 더해 양아무개 당시 보훈공단 이사장이 정부에 제출할 2018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조작한 사건이 2019년 드러났다. 각 보훈병원 별로 정량 평가 점수가 산출돼 있었는데 이 순위를 뒤집기 위해 이사장이 경영혁신실장에게 특정 병원엔 정성 평가를 낮게, 특정 병원엔 높게 매기라고 지시한 것. 지난해 11월 1심 법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까지 난 사안이다.

주 분회장은 "불법이 확인됐음에도 이를 내부 감사한 직원이 중징계를 받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경영혁신실장은 이후 중앙보훈병원 행정부원장으로 영전했다"며 "어떤 임원은 공단에서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감사를 받고 중징계가 권고됐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공단이 '어떻게 하면 보훈병원을 더 좋은 병원, 더 공공적인 기관으로 발전시킬지'에 관심이 없음에도 병원 일을 일일이 결정한다는 불만이 병원 내에선 오랫동안 나왔다"라며 "예로, 부끄러운 얘기지만 약제나 의료기기 선정조차 의사들이 의견을 개진해도 반영이 안 되고 공단에서 결정해주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그제야 약제를 바꾸는, 그런 운영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사직 러시, 진료 공백, 의료 질 저하 악순환 막아야

중앙보훈병원분회는 보훈병원의 전문의 처우도 서울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낮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병원을 둘러싼 환경에 실망한 의료진들이 대거 병원을 떠나자 진료 공백 위기도 심화됐다.

주 분회장은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신규 전문의를 뽑는 게 정말 어렵다. 일부 과는 전문의 부족으로 진단 검사에 1년 넘게 걸리기도 했다"며 "여러 개 과가 협진을 하는데, 특히 영상의학과 같은 곳의 인력이 비면 수술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진료 질이 떨어지거나 환자가 더 많은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관련해 통상임금 소송도 진행 중이다. 보훈공단은 의사직의 통상임금을 실제 산출되는 통상임금의 약 60%만 인정한다고 정해, 지난 10여년 간 이들의 연차·당직수당 등을 법적 기준보다 적게 지급해왔다. 지난해 6월 1심에서 의사들이 일부 승소했으나 쌍방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의사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보다 본격적으로 찾기 위해 산별노조를 찾았다고 밝혔다. 주 분회장은 "병원의 예산부터 각종 규정·지침까지 공단이 관여해 결정하지만 공단 이사진엔 병원장 몫도 없다"라며 "이런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단의 일방적인 인사와 비합리적 업무지시를 통제할 수 있는 의사들의 단체협약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공단 "의료진 의견, 시스템적으로 반영된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노조 주장과 관련 13일 "병원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보훈대상자로 인해 진료‧검사 대기가 발생해 당일 진료를 확대한 바 있고, 의료품질 향상과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과잉 검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공단 임원들의 인사 비리와 관련된 주장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받았던) 당시 경영혁신실장은 사내직위공모를 통해 행정부원장에 임명됐고 임명 당시 법적 문제는 없었다"며 "내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은 논란으로 감사를 받았으나 문제 없음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의 약제·의료기기 등은 병원 자체 심의위에서 1차로 선정한 후 보훈공단 중앙심의위에서 2차로 심사해 최종 결정하는데, 혹시 모를 리베이트를 예방하고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장치"라며 "병원에서 선정한 규격의 적정성을 2차로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건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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