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책 요구...與는 "2,3분 늦어"

여야는 3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열고 이견이 없는 무쟁점법안 80건을 처리했지만 유독 국가보훈처 소관 법안 11건만 빠진 것을 놓고 심야 공방을 벌였다.

11건의 법안은 특수임무자 단체 등 보훈단체 설립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특수임무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등으로 여야가 경쟁적으로 처리에 나섰던 법안들이다.

법사위 등에 따르면 전날 보훈처 소관 법안 심사가 시작되던 시간까지 박승춘 보훈처장이 법사위에 출석을 하지 않았다. 통상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경우 장관 등 해당 기관장이 출석을 한다. 이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다음 차례였던 기재위 소관 법안 심사로 넘어갔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회 밖에서 만찬 선약이 있었다”며 “양해를 구하고 일찍 일어섰지만 2, 3분 정도 늦었다”고 말했다. 기관장의 지각 때문에 보훈단체들의 숙원 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이날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도중 신상발언을 통해 “여야간 다 합의된 국가유공자 관련 법안이 보훈처장이 저녁 밥을 먹다가 법사위 회의에 지각하면서 처리가 물 건너 갔다. 국회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일”라면서 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법사위 여당 간사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박 처장이 법사위 개의 당시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2, 3분 뒤 자리에 와서 앉았다”면 “뒤에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법사위원장이 그걸 뻔히 보고도 그랬던 만큼 법사위원장의 잘못도 있다”고 박 처장을 엄호했다. 특히 그는 “2, 3분 늦은 걸로 사퇴하라니 말이 심하다”며 “(김기식 의원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의원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야유를 쏟아냈고, 급기야 법사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더민주 의원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본회의 의결 절차로 법사위가 정회되고 이후 속개하지 못해 해당 법안들을 심사하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박 처장의 늑장 출석에 대해서는 주의와 경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차를 두고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단상에 올라섰다 “2, 3분 늦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속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분명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보훈처장의 저녁 약속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사퇴요구는 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김기식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박 처장은 예전에도 예산삭감을 이유로 여당 상임위원장 앞에서도 책상을 치는 등 재임 기간 내내 국회를 무시했다”며 “이런 태도가 오늘의 참극을 빚었다”고 거듭 문책을 요구했다. 그는 또 여당 의원들을 행해 “이런 공무원을 질책하고 책임을 묻는 게 국회의원의 일”이라고 호소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