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가 패망의 위기를 극복한 구국용사들에 대한 예우·지원은 너무 낙후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왜 보훈제도가 있고 참전자를 예우·지원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제도의 근본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를 분석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제도 아래에서 국방(전쟁)에 참가해 임무를 완수한 사람에게 최고의 명예가 주어지고 국가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 최대의 지원이 이뤄져 참전자가 자부심을 가지며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주변의 표상이 되는가.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나라사랑 정신에 충만하고 국가의 부름이라면 추호의 주저도 없이 즉각 응하도록 돼 있는가 자문해 보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더욱이 평시에도 기피 기도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전쟁이 나면 도피자들이 허다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제도 정비는 서둘러야 한다. 전쟁을 겪은 우리 전우 중에는 “나는 몰라서 군에 가서 고생했지만 내 자식은 절대 속지 않게 하겠다”고 말하는 참전용사들이 있을 정도다. 그동안 기피자들은 학교도 다니고 사회 진출도 해서 좋은 직장과 높은 수입으로 생을 누렸다. 반면 참전자들은 배울 기회, 사회 진출 기회를 모두 놓치고 고된 직업에 낮은 수입으로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적 지원은 너무나 미미한 실정이다.
사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구국용사가 생계곤란을 겪고 있다면 어떻게 주변의 표상이 되겠는가? 누가 이를 본받으려 하겠으며 어떻게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할 수 있겠는가? 예우와 지원은 공평하고 엄격히 적용돼야 하는데 권력의 영향이나 실무경향에 따라 ‘우는 애기 젖 주는’ 식으로 수시로 변한다면 그게 무슨 표상이 되겠는가? 한 순간 표상이 됐다가 기피 대상이 됐다면 그 공신력은 상실되고 그런 제도는 없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제도는 그때 그때 상황따라 법이 제정되면서 공훈의 기준과 우선 순위에 혼란을 가져왔다. 나라를 구한 최고의 공로자는 소외돼 버린 것이며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나라와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는 칭찬하고 장려하기 위해 포상해야 한다. 반면 전쟁터에서 생명을 걸고 적과 맞서 나라를 지킨 공훈자는 국가와 국민이 이들로부터 입은 은혜 ‘진 빚’을 갚는 보훈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기준과 위상이 명확해야 한다.
지금 제도는 미래 지향적이지 못해 구국용사들에게 어떤 신뢰나 기대감을 주는 데 미흡하다. 하루빨리 이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보훈의 우선순위가 국권 상실 이후 회복 노력보다 국가 패망 이전의 방위 노력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미래의 용사가 우대받을 수 있게 제도화해야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국방에 뛰어드는 강군이 육성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가의 보훈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시행돼야 한다. 나라를 위한 정의의 사자로 생사를 초월, 사지(死地)에 뛰어드는 불타는 의협심을 고취하기 위해 무엇보다 나라가 이들을 최고로 예우·지원하는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아울러 가정과 학교에서 이를 충분히 교육하고 사회에서 당연히 배려하는 전통이 수립되기를 바란다.(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