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지뢰사고서 얼굴 흉터…국가는 30년간 '나몰라라'

[단독] 軍지뢰사고서 얼굴 흉터…국가는 30년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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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지뢰사고서 얼굴 흉터…국가는 30년간 '나몰라라'

최민수 2 1,089 2016.01.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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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6-01-22 18:22 최종수정 2016-01-22 20:57

상이용사 김내수씨의 ‘눈물’
‘꽝!’

1984년 4월 군 전역을 4개월 앞두고 지뢰 매설 시험을 하던 김내수 병장(당시 23살)의 눈앞에서 지뢰가 터졌다. 사단 화학지원대 소속으로 ‘화염반장’을 맡았던 김씨는 장약을 묻는 순간 시뻘건 화염을 마주한 뒤 정신을 잃었다. 혼수상태로 이틀을 지낸 김 병장의 얼굴과 허벅지는 파편과 화상으로 엉망이 됐다. 군은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병장은 군병원에서 한 달가량 치료를 받은 뒤 만기제대했다.

이 사고로 연세대 화학과를 다니던 꿈 많은 청년의 미래는 구겨지고 말았다. 얼굴의 흉터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시달린 김씨는 복학도 포기한 채 집 안에 은둔했다.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봐도 당시 군사정권 아래의 보훈처는 “사지가 멀쩡한데 무슨 유공자냐”고 일축했다.

하는 수 없이 먹고살려고 일용직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들도 얻었다. 삶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겨났지만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3년 만에 가정이 파탄 나자 김씨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지하철역에서 구걸까지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자리를 알아 봤지만 눈 주위를 가로지르는 얼굴 흉터가 번번이 가로막았다. 다행히 아들은 잘 자라줬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번 돈을 아버지의 치료비에 쓰라며 건넬 만큼 속이 깊었다. 4년 장학금을 받고 지방 국립대에 입학한 아들은 그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그런 아들이 지난해 2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던 중 넘어져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당장 수술비가 부족했던 김씨는 자치구의 도움으로 긴급자금을 지원 받아 아들을 치료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과거 사연을 듣게 된 구청 직원이 “시대가 달라졌으니 다시 한 번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보라”고 권했다. 이에 김씨가 보훈처를 찾아갔지만 쉽지 않았다.

육군본부에도 당시 지뢰사고를 증명해줄 ‘사고사실 확인서’ 등 관련 서류가 아예 없었다. 그는 아들을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직접 육군본부 계룡대의 기록정보관리단을 찾아가 사흘을 뒤진 끝에 ‘병상일지’를 찾아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지난해 7월 보훈처로부터 “‘공상군경’ 요건 해당자로 결정됐으니 상이등급 해당 여부 파악을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보가 왔다. 그는 아들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감격도 잠시뿐. 중앙보훈병원에서는 ‘등급미달’로 판정했다. ‘(김씨는)얼굴에 선상흔(선으로 된 흉터)이 5㎝ 이상으로 상이등급 6급에 해당한다’는 서울의 민간 대형병원 3곳의 휴유장애진단 결과도 소용없었다. 보훈처는 “보훈병원 의사가 검사했고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해 내린 결론”이라며 “2차에 걸친 판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억울해서 수용할 수 없었던 김씨는 재검을 요청하며,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상이등급 7급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김씨는 22일 “최하등급을 겨우 받고서야 유공자가 됐다”며 “잃어버린 30년을 잊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이 걱정이다. 자신의 사고 때와 같은 나이인 아들(23)이 “아버지를 이렇게 대접한 나라의 군대는 가고 싶지 않다”며 병역거부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힘없는 국민에게 이 나라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Comments

겨울나그네 2016.01.26 12:35
참 오호통재--.국가보훈 정책. 정치가 아주 후진국 입니다
오래전에 등급 기준이 바뀌면 적어도 상이군경신체 검사 당사자
들에게 연락하여줘야지 뒤늦게 찾아가는 행정 써비스 ~.
aostyle 2016.01.28 10:40
한사람의 인생을 너무 고달프게 만든 국가정책이 정말 화가나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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