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군경회 일부 간부 ‘도덕불감증’
백경열기자
2013-06-19 07:55:58 
이권 빌미 ‘뒷돈’·국가보조금 횡령까지…
대구 지부장·간부 개인 용도·인사명목 등 수천만원 비자금 조성 사용
폐자재 독점 공급 속여 前사무총장이 15억 챙겨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대한민국상이군경회가 각종 비리로 얼룩졌다. 이권 제공을 빌미로 돈을 받은 상이군경회 전 간부가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엔 상이군경회 대구지부장과 간부가 국가보조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이군경회 대구지부장은 국가보조금을 자신의 집 수리비, 부인 여행경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이어 보훈청 직원에게도 인사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대구지법과 대구지검 등에 따르면 상이군경회 대구지부 이모 지부장(64)과 이모 총무부장(63)은 국고보조금으로 지출되는 경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5천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일 공판을 앞두고 있다.

2009년 4월 상이군경회 대구지부장으로 취임한 이 지부장은 같은해 6월 이 총무부장에게 ‘대구지부를 운영하는데 비자금이 없으면 운영이 곤란하다. 비자금을 조성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

이에 이 총무부장은 국고보조금 및 기부금 명목으로 국가로부터 받은 돈을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별도로 만든 비자금 계좌에 입금시켜 관리해 왔다.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 대부분은 이 지부장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검찰이 기소한 이들의 횡령 내역을 살펴보면, 이 지부장은 2009년 7월15일 대구시 남구 봉덕동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 사무실에서 이 총무부장에게 ‘상이군경회 중앙회장이 외국여행을 가는데 경비가 필요한 것 같다’며 비자금 계좌에서 262만원을 인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0월까지 35차례에 걸쳐 5천7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임의로 사용했다.

이 지부장은 횡령과정에서 2010년 4월30일 자신의 부인 여행경비로 100만원을 인출한 데 이어 2011년 1월16일엔 자신의 집수리 비용으로 1천500만원을 빼내 쓰기도 했다.

특히 2011년 7월5일에는 보훈청 직원 인사 명목으로 100만원, 2010년 9월28일에는 보훈체육회장 접대비로 1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이 지부장은 자신의 여행경비는 물론, 비자금 계좌에서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로 3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입금시켰다.

이 지부장 등은 비자금 조성과정에서도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드러냈다.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리프트 버스 수리 및 주유비, 천안함 희생 장병·G20 정상회의·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연평도 포격도발 추모 관련 현수막 제작비용 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470만원을 횡령했다.

상이군경회원 A씨는 “지난해 8월쯤 대구지부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회원 사이에서 이 지부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며 “어떻게 국고보조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넣을 생각을 했는지 괘씸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국고보조금을 횡령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 12일 한국전력공사와 KT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를 공급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고철류 사업자에게 1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상이군경회 전 사무총장 정모씨(67)를 구속한 바 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