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선에서 퇴각한 이들이여, 1억원으로 내게 딱 맞는 가게를 차려보자！’

30대 후반에 직장 밖으로 나온 화이트칼라들이 많다. 보통 창업하면 외식업을 떠올리지만 험한 일을 해본 적이 없고 특히 영업 경험이 없는 사무직 출신의 경우에는 겁부터 난다.

지난달 27일 길은송씨(36)가 역삼동에 있는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을 찾았다. 길씨는 대학에서 환경분야를 전공했고 IT회사에서 12년간 프로그래머와 프로젝트 관리를 해왔다. 지난 9월 실직 후 3개월 동안 새 일거리를 찾아왔다. 길씨는 내성적이고 꼼꼼한 편으로 성격상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외식업은 피하고 싶어했다. 음식점 외에 1억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중이다.

●편의점, 안정적이나 평범한 수익

2주 전 처음 컨설팅을 받은 이후 이미 몇 차례 상담을 통해 길씨는 편의점, 풀스방(플레이스테이션방), 독서실, 욕실 리폼업, 온라인 인쇄방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업종을 좁혔다. 길씨는 “지난주 이 소장이 주문한 대로 편의점과 풀스방 4군데를 가서 운영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왔다. 직접 돌아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적은 편의점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최고 덕목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편의점 창업비용은 대략 2억원 정도. 체인본부와 반반씩 투자하는 위탁경영 방식을 취하면 1억원으로 문을 열 수 있다. 마진율은 20％ 수준. 일일 평균 매출액 150만원. 각종 비용을 빼면 순수익은 월평균 500만원 정도로 길씨처럼 위탁경영을 할 경우 수익액의 절반인 250만원 정도를 가져가게 된다. 보통 사장이 점심시간 이후부터 가장 붐비는 저녁대를 끼고 밤 10시까지 하루 8~10시간 근무한다. 따져보면 1억원을 투자해 자기 인건비를 건지는 수준이다.

●영업이 필요없는 사업은 없다

“영업이 곧 사업입니다.” 이 소장은 편의점에 마음을 두고 있는 길씨에게 다시 한번 ‘영업마인드’를 강조했다. 특히 심야손님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요구했다. 심야 손님들이 많이 찾는 주류와 음료, 안주류 등은 마진율이 높다. 이 소장은 “편의점은 그냥 물건만 팔면 된다는 생각으론 평균 수익도 내기 어렵죠. 편의점도 지역에 맞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길씨는 창업 아이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세계 병맥주 전문점, 꼼장어 전문점, 온·오프라인 맞춤형 논술지도, 디카·폰카 자판기 사업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이 소장이 이들 업체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놨다. 길씨는 “지레 포기했던 외식업을 포함해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보면서 적성을 재점검하려 한다. 그런 후에 최종적으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철희기자 soyo@


<1억원대에서 할만한 고수익 사업>

●디카폰카 자판기 설치업=자신이 구입한 사진자판기를 건물에 설치해 자판기 수입을 올리는 사업. 설치하기 위해 점포 주인을 설득해야 하므로 영업력이 필수적이다. 자판기 1대당 900만원대. 10대 운용기준으로 월 800만~900만원 예상.

●꼼장어전문점=지저분한 꼼장어집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퓨전형식으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한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탁자를 놓으면 여성손님들이 좋아한다. 갈비, 생고기 등 고기와 국수 등도 판다. ‘황가네 꼼장어’(kkomhouse.com)를 참조할 만하다. 굴요리점도 비슷한 유형. 굴과 닭을 넣은 굴반계탕, 굴튀김, 굴탕수육, 굴수제비 등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창업비 1억원 미만.

●복합주점=맥주처럼 한 가지 주종만 팔면 겨울에는 매출이 뚝 떨어지는 등 계절적 변동이 심하다. 양주·소주 등을 함께 팔면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안주도 한·중·일식 등을 적절히 합친 퓨전스타일을 고려할 만하다. 고급스럽고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 필수다. 세계병맥주전문점 ‘와바’(wa-bar.co.kr) 등이 여기에 속한다. 색다른 아이템이라 B급지에서도 개점이 가능하다. 창업비 1억5000만원선.

추천 | 이인호 창업e닷컴 소장  

스포츠서울   2003-12-01 12: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