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으로부터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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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모 0 879 2003.07.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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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사상 최고의 반전시인 윌프레드 오언의 삶과 제1차대전

윌프레드 오언의 삶은 그의 시만큼이나 극적이고 비장하다. 전쟁이 얼마나 위선과 추악 그 자체인지, 그리고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알려면 오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1893년 잉글랜드의 슈롭셔에서 태어난 오언은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책벌레인데다 감수성이 예민하여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소년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경건한 심성에 짧은 생애 동안 600통이 넘는 편지를 어머니에게 쓸 정도로 효성이 지극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청년들에게 참전을 강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스물두살 때 자원입대하였다. 훈련을 거쳐 실전에 투입된 후에야 비로소 그는 전쟁의 무지막지한 잔혹성에 눈을 뜨게 된다.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물이 허리까지 차고 주검의 냄새가 진동하는 참호에서 하루 종일 전투에 시달리면서 그는 동료가 죽고 눈이 멀고 동상으로 사지가 썩어가는 전쟁의 현실을 매일 경험하였다. 그제서야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된 그는 전쟁을 찬양하는 선전과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깨달았다. ‘영국인들은 희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전쟁에 저항해야 할 뿐입니다’라는 편지를 어머니에게 보낸 것도 이때쯤이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된 오언은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에딘버러의 정신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참호 속에서 죽어가는 전우들과 자신의 의무 때문에 계속 번민하다 귀대하기로 결심했다. 평화주의자로서 혼자만 살아남는 것이 못내 양심에 걸렸던 것이다. ‘나는 최전선으로 후퇴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오언은 다시 서부전선으로 달려갔다. 후세 사람들은 이것을 그의 유언으로 해석한다. ‘나는 삶으로부터 후퇴한다’라는 시인의 처절한 선언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전선에 복귀한 후 두어달 동안 오언은 완전히 달라진 인간이 되었다. 독일군의 기관총을 빼앗아 적들을 사살하는 전공을 올리기도 했다. 원래의 오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살인자’ 오언이 들어선 것이다. 1918년 11월 4일 오언은 북프랑스 오르 근처의 운하 도강작전 도중 독일군의 총탄에 맞아 절명했다. 스물다섯살의 나이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종전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고향의 그의 부모는 아들의 사망통보를 받았다. 윌프레드 오언은 제1차 세계대전이 낳은 영문학 사상 최고의 반전시인으로 꼽힌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경고하는 것뿐. 진정한 시인이라면 진실을 말해야 하므로”라는 그의 육성은 오늘날 한반도에서도 유효하다.

권은정 | 자유기고가 ⓒ 한겨레(http://www.hani.co.kr) 한겨레21   2003-07-24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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