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여군에게 충성하라고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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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여군에게 충성하라고 말할 수 있나

최민수 1 871 2014.04.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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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Live|정희상 전문기자|입력2014.04.03 11:42

전방 사단에서 직속상관의 성추행과 극심한 모욕 등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군 '오 아무개 대위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성 군기 문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 대위(당시 28세)는 강원도 15사단 부관참모이던 노 아무개 소령 밑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10월16일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직전 오 대위는 부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기장 등을 통해 노 소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적 희롱과 성관계를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겼고, 이를 단서로 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3월20일 1심 군사법원은 노 소령이 오 대위에게 저지른 성추행과 정신적 가혹행위가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도, 초범이라는 점과 성추행이 어깨를 주무르는 수준에 머물러 강제추행의 정도가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 이후 사건의 불똥은 군 사법체계의 허점으로 옮아붙었다. 1심 판결을 두고 지나친 봐주기식 처벌이라는 여론이 거세자, 노 소령을 기소한 육군 법무실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 브리핑을 통해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군 법무실장은 "언론이 소설 같은 기사를 썼다. 어디를 봐도 (노 소령의) 성관계 요구는 없었다. 오 대위 일기장에는 "농담이라고 할지라도 '나랑 잘래?' 이 말은 심하지 않는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걸 보면 '나랑 잘래'라는 말은 농담이라고 오 대위가 인정을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군 검찰이 굳이 법정 밖까지 나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서 오 대위 유족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이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벚꽃엔딩'에 흐느꼈던 한 여군의 죽음참조).

이번 오 대위 사건은 군부대 내 성 군기 문란의 실상과 이를 처리하는 군 사법기관의 수준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이번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면서 그나마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일선 군부대에서는 오 대위 사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사건들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군 사법기관들이 내사했던 사례들에 따르면, 군 내부의 성 군기 문란 사건은 고위 지휘관들이 위계를 이용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군 조직의 특성상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기소는커녕 내사 단계에서 봉합 처리되곤 한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는 ㅇ준장(××사단장)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는 평소 사단장 공관에 여군들 사진을 비치해두고는 저녁 시간에 외부 지인들을 관사로 부른 후 여군을 차출했다고 한다. 차출된 여군들은 사단장 지인들과 '러브샷'을 강요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뿐이 아니다. ㅇ준장은 밤 시간대에 여군 전산장교를 컴퓨터 수리를 빙자해 공관으로 부른 뒤 여러 시간 단둘이 함께 보내기도 했다. 일과 이후 여군들에게 사적인 전화를 수시로 거는가 하면, 음주를 위해 작전지역을 이탈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ㅇ준장의 무분별한 음주 행태와 군기 문란 행위는 지난해 7월 꼬리가 밟혔다. 공관 술시중을 견디다 못한 일부 여군이 3군사령관과 감찰부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진정을 접수한 3군사령관은 ㅇ준장의 행태를 확인한 뒤 처음에는 '구두 경고'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란 행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민원을 제기한 여군들이 반발하며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압박했고, 파문을 우려한 3군사령관이 부랴부랴 15명으로 구성된 '사실확인 점검팀'을 꾸려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의 민원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3군사령관은 최근 ㅇ준장을 보직 해임한 후 강제 전역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군 내 성추행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까닭

여군을 부적절하게 동원한 장군의 행태는 강원도 1군사령부에서도 포착됐다. 2012년 4월 1군사령부 ㄱ준장은 일선 사단장으로 나가기 전 부하 여군들을 회식에 참석시켜 술을 따르게 하는 등 문란한 생활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ㄱ준장은 술자리 이후 여군 부사관을 노래방으로 데려가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을 하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ㄱ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군 부사관은 수치심을 떨치지 못하고 이 내용을 상부에 제보했다. 군 검찰의 내사를 통해 ㄱ준장의 문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되자 1군사령관은 그를 잠시 다른 사단으로 전보시킨 뒤 최근 스스로 전역 지원서를 쓰게 하는 선에서 사건을 정리했다.

고위 지휘관들의 여군 성추행은 진급과 보직 등을 볼모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위계에 의한 여군 성추행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지만 기소되어 처벌받거나 공론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들통이 나더라도 자진 전역이나 보직 해임 선에서 그칠 뿐이다.

올해 1월21일 전역 조치된 3군 사령부 ㅇ대령 사건도 그런 경우다. 그는 여군 부사관 장기복무 선발을 미끼로 후보생들에게 노골적으로 문란 행위를 했다고 한다. ㅇ대령의 행각은 피해자가 장기복무 선발이나 진급 등에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됐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일부 여군들이 이 사연을 사령부 내 여군고충상담센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접수한 3군사령부는 헌병·기무·법무 합동으로 사건 조사에 착수해 실상을 확인한 뒤 지난해 8월 3군사령관에게 ㅇ대령에 대한 처벌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3군사령부에서는 참모장 주관으로 16명이 참석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그 무렵 참모장에게 청와대 한 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인사는 야전군 시절 ㅇ대령을 심복으로 데리고 있었던 터라 관련자들 사이에서는 "ㅇ대령을 엄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고, 이 인사는 "아니다. ㅇ대령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주문하기 위해서다"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 시사IN > 이 확인을 요청하자 이 인사는 참모를 통해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ㅇ대령은 지난해 8월 3군사령부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했지만 ㅇ대령은 이에 불복해 '군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ㅇ대령이 복직 판정을 받고 돌아오자 육군본부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후속조치를 취했다. 지난 1월16일 ㅇ대령에게 현역부적합 판정을 내려 강제 예편시킨 것이다. 국방부는 한 달이 지난 2월27일에야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밝혔다. "1월16일 육본심의위원회에서 ㅇ대령에 대해 부하 모욕과 품위유지 위반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전역시켰다. 여성 군무원과 부사관들에게 진급과 보직을 미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혐의가 드러났다." 그러나 ㅇ대령은 이번에도 강제 전역조처에 불복해 현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금까지 드러난 군 내부 성 군기 문란 사건의 가해자 중 최고 계급은 중장이다. ㅊ중장의 문란행위는 2012년 초 일선 부대 여군을 대상으로 성 군기 위반 사례에 대한 고충 상담을 하던 과정에서 불거졌다. 휘하의 한 여군 부사관이 ㅊ중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해 육군 검찰에서 내사에 착수한 것. 내사 결과 ㅊ중장은 △△사단장 시절인 2009년 초부터 3년여에 걸쳐 부하 여군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났고, 2012년 3월9일 자진 전역하는 것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고위 장성들이 연루된 성 군기 위반 사건의 공통점은 수사와 기소는커녕 '자진 전역지원서'를 받는 것으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군에서는 부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거나 피해 여군의 명예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조용히 입막음하거나 보직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관행은 군내 성추행과 성희롱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덮으라'면 덮을 수밖에 없는 현행 군 사법제도

성 군기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현행 군 사법제도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육군 검찰의 한 관계자는 "헌병대나 군 검찰이 고위 군 지휘관의 성 군기 문란 사건을 포착하고 혐의를 확인한 뒤 정식 입건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하면 사단장과 사령관은 대부분 '부대 명예 실추'를 이유로 막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단장이 여군 성추행에 연루된 경우는 그 '제왕적' 위치 때문에 더욱 수사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방부대에서 사단장은 여군의 보직과 진급 등에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해 여군들이 좀처럼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단장의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군사령관뿐이다. 그러나 군사령관은 사건이 수사로 확대되어 가해자가 사법처리될 경우 지휘 책임자인 자신에게 닥칠 후유증을 가장 우려한다. 군내에는 기무·헌병·법무 등 성 군기 위반을 엄벌할 조직이 존재하지만 이들도 군사령관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사령관이 '덮어라'고 하면 그 명을 거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성 군기 위반 사건이 빈발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국방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성 군기 위반 사고 예방지침'을 마련해 일선 부대에 성범죄 예방교육을 시키고 있기는 하다. '남녀 군인 및 군무원의 신체 접촉은 악수만 가능하다'든지 '남녀 군인 두 사람만 사무실에 있을 때는 출입문을 열어놓으라'든지 '회식 자리에서는 2차 참여를 여군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따위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방교육은 주로 사병이나 하급 장교들에게나 통할까, 군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조사의 한계와 처벌의 가벼움 탓에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하위직 군인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처벌이 관대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여군이 피해자인 성 관련 범죄는 총 61건이 발생했다. 육군이 40건(65.6%), 공군이 10건, 해군이 9건, 국방부 2건이었다. 그런데 61건의 군내 여군 상대 성범죄 중 단 3건에만 실형이 선고됐다. 반면 기소유예, 선고유예,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등으로 처음부터 덮어버린 경우는 39건이었다.

미군의 경우 성범죄 사건을 일으킨 장교는 전역지원서를 내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대로 조사해 엄중히 형사처분하고 있다. 성추행에 연루된 군 장교는 군인연금도 받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성추행범으로 신상까지 공개한다. 지금 한국처럼 걸려도 자진 전역이나 보직 해임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되는 한 군 간부들의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다.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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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마늘쫑사단 2014.04.11 04:18
제가 국군통합병원 입원 중 입원환자로 있던 부사관(특전사)가 야간에 술을 반입하여 병실내에서 음주를 한 후 간호당직사관을 겁탈하기 위해 간호장교실을 침입, 간호장교(중위)를 성폭행하려다 비명소리에 의무병들에 의해 무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헌병대가 와서 조사를 했는데, 군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는 판에..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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