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지시로 저수지 들어갔다가 익사…법원 “국가 배상해야”
입력 2024.05.27 (11:22)
수정 2024.05.27 (11:25)
선임 지시로 저수지에 들어갔다 숨진 이등병의 유족에게 국가가 4억 1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지난 22일,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숨진 이등병) A 씨의 사망 원인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변사로 처리된 것은 군 수사기관이 고의나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진실 규명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면서 “이런 위법행위로 A 씨 유족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가 침해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A 씨 부모는 수십 년간 아들의 순직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다가 사망했고, 남은 유족은 사망 후 37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면서 “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명백하고 순직에 따른 절차도 밟지 못해 망인의 공헌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망 당시 순직군경으로 인정됐다면 유족이 받았을 연금 등을 고려해 배상금액을 정했습니다.
A 씨는 1985년 6월 전라남도 장성군 한 육군부대 근처 저수지에서 익사했습니다.
당시 육군은 A 씨가 부친의 몸보신을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입수했다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족은 30여 년이 지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재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위원회는 2022년 5월, A 씨가 선임과 함께 저수지에 가서 선임 지시로 낚시 그물을 치러 물에 들어갔다 숨졌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군은 수사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A 씨의 개인 일탈에 따른 변사로 처리했습니다.
이후 국방부는 같은 해 9월 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습니다.
유족은 지난해 10월, “군 수사기관이 진실을 은폐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A 씨에 대한 보훈 등록도 제때 신청하지 못해 보훈급여를 받지 못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