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사 중 쓰러져 뇌출혈…대법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송고시간2022-04-12 12:02 요약beta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정성조 기자
1·2심선 의료진 책임 불인정…대법 "2심 다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쓰러진 뒤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1·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병원의 책임을 인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자 A씨의 부인과 자녀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전신 위약감과 기억력 감소, 요실금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신경과 의사는 뇌혈관 질환과 경동맥 협착, 만성 음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등을 진단하고 정밀 검사를 위해 A씨를 응급의학과로 전과 조치했다.
그런데 응급의학과에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A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병원 측은 A씨를 응급실로 보냈다가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하려고 했으나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 검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A씨가 쓰러지고 4시간 뒤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을 보이자 병원은 항경련제를 투약했다.
이튿날 아침 병원 의료진은 A씨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뒤 외상성 뇌내출혈과 양쪽 전두엽·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뇌부종, 경막하출혈을 발견했으며 뇌내 혈종 제거 수술을 했다. 16일 뒤 A씨는 외상성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병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 병원의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병원 측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A씨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머리 손상이 의심돼 응급 CT 검사를 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으며, 경련 증상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CT 검사 이후에는 즉시 수술을 해서 뇌출혈과 뇌부종 증상이 호전됐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A씨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병원에서 쓰러진 사고로 머리를 바닥이나 기계 등 물체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의사들이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상태를 지속 관찰하며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담당 의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 유지와 치료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 나중에 담당할 의사에게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