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곧 물러날 장차관 해외출장, 방문국에서 뭐라고 하겠나
입력2022.03.31. 오전 12:02
임기 말에 문재인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해외 출장을 나갔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대면 접촉을 꺼려 화상회의가 일상화됐는데 굳이 순방 일정을 잡아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해외 방문 목적을 보면 하나같이 시급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방문국도 곧 물러날 장차관들과 현안에 대해 무슨 협의를 하겠는가. 결국 형식적인 친선 교류와 우호 증진만 하고 오는 것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다음달 5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태국,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3국의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각국의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와 국제 보훈사업은 보훈처의 주요 업무이지만 3개 대륙에 흩어져 있는 국가를 무리하게 방문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부터 29일까지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방문했다. 행정 한류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거점을 확보하고 튀니지와의 디지털정부 협력을 논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을 겸한 행안부 장관이 연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다음달 말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순방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국가와 범죄수사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유로폴 등을 방문한다고 한다. 경찰청 내부에서도 지난해 11월 유로폴과 경찰청이 실무약정서 원본을 교환해 경찰청장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익을 챙기고 국격을 높이는 공직자의 해외 출장은 필요하다. 임기 말이라고 해외 출장을 피할 이유는 없다. 지금은 국민들이 코로나 수렁에 빠져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각 부처는 인수위와 인수인계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엄중한 시기에 일부 장차관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그다지 긴박하고 중요한 일이 아닌데도 해외 출장을 간다면 공직자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이라면 임기 마지막 날까지 소임을 다해야 한다.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이해진 공직 기강을 다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