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서 양팔 잃고도 상이연금 못받았다” 금메달리스트의 울분
입력2022.05.03. 오후 5:07 수정2022.05.03. 오후 5:21
최혜승 기자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헤이그 인빅터스 게임 사이클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상한 나형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세계 상이군인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사이클 선수 나형윤(38)씨가 16년동안 상이연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군 당국의 적절한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서야 상이연금의 존재를 알게된 나씨가 당국에 문의했지만, 소멸 시효를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연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왔다. 나씨는 지난 2003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그는 2006년 강원도 고성 일반전초(GOP) 부대의 철책 경계등이 고장 나 이를 복구하던 중 고압전기에 감전됐다. 이 사고로 약 6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괴사가 진행돼 양팔을 절단하고 2007년 6월 30일 의병 전역했다.
전역 후 나씨는 당구장을 운영했고 한동안 사회복지사로도 활동했다. 이후 철인 3종 종목 중 하나인 사이클을 훈련해왔고,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상이군인체육대회에 출전했다.
나씨는 이 대회에서 ‘상이연금’이 있다는 사실을 동료 선수들로부터 처음 전해 들었다. 그는 대회에서 돌아온 뒤 국방부 담당 부서에 연금 신청을 문의했으나, “소멸시효가 지나 해당사항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현행 군인 재해보상법 제49조는 ‘그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한다.
나씨는 “사고가 났을 때, 병원 치료를 받는 6개월, 군 병원에 있던 기간, 전역증을 우편물로 받을 때 그리고 소멸시효 5년이 지나도록 그 누구도 연금 관련해 어떠한 안내나 고지도 해주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신청하려고 하니 소멸 시효가 끝나서 안 된다고 한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당시) 군 병원에선 치료가 어렵다고 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 30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모님이 마련해서 병원에서 퇴원했다”고도 했다.
나씨는 “이렇게 있는 제도조차 고지를 안 하면서 무슨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찾고, 국가유공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느냐”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에서 일하다 다쳐 저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젊은 친구들과 아직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를 선배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나씨는 지난달 22일 헤이그에서 열린 인빅터스 대회 사이클 남자 3.3㎞ 개인 독주 로드 바이크1(총 3단계 장애등급 중 최고 등급) 경기에서 5분 16초 1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인빅터스 게임’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2014년 창설한 국제 상이군인 체육대회다. 한국 선수단의 게임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