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국 보훈병원서 오남용 위험 의료용 마약류 장기처방"(종합)
송고시간2022-11-15 18:16
한혜원 기자
정기감사서 지적…"보훈공단, 타당성·적정성 검토 않고 신사옥 추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국가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 보훈 대상자를 돕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이 제대로 된 타당성·적정성 검토를 하지 않고 신사옥 건립을 추진해 사업비 부족 등 문제가 초래됐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훈공단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훈공단은 지난 2020년 공단 산하 보훈병원 등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한 정보센터를 조성하겠다며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고시 등에 따르면 보훈공단은 정보자원 통합 대상 공공기관이어서 공공 클라우드센터 등을 이용해야 하고 자체 통합정보센터를 구축·운영할 수 없다.
보훈공단은 사업 계획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규정상 조성이 안 되는 통합정보센터 건립을 위한 사업부지 매입안을 이사회에 상정해 의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심지어 보훈공단이 행안부로부터 '통합정보센터를 조성할 수 없다'는 답을 받고도 이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보훈공단은 작년 기준 상시 고용 인원이 193명인데도 규정상 설치가 안 되는 통합정보센터 인원을 포함해 근무 인원이 28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가정해 현재 청사의 2.3배에 이르는 청사를 만들겠다고 이사회에 올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달청이 이후 청사 건립사업 위탁계약 체결을 위한 사전검토를 한 결과 예산이 약 55억원 부족해 추진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아 현재 청사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정기 감사에서는 각지에 있는 보훈병원이 오·남용 위험이 있는 의료용 마약류를 장기 처방하고 있는 문제도 포착됐다.
보훈병원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등을 방지하고자 회당 처방 기간을 최대 1개월로 제한하고 있으나, 연속처방은 통제하지 않는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중앙·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 6개 보훈병원의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외래 처방 내용을 확인해 봤다.
그 결과 3개월 이상 복용하면 오남용 우려가 있는 펜타닐 패치가 240명에게 평균 23개월 연속 처방되는 등 환자 9천502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장기로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 환자 치료에만 쓰여야 하는 펜타닐 진통제 등이 허가 범위에 맞지 않는 환자 105명에게 1천24건 처방됐다.
보훈공단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보훈병원은 장기가 손실된 환자나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아 환상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다른 병원 대비 마약류 처방건수가 많다"며 "이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앞으로는 허가 외 처방, 장기 처방에 대해 의사 소명 항목을 만들고 이를 기재하지 않으면 처방이 안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마약류에 과다 노출되거나 노출될 위험이 있는 보훈대상자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내부통제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