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보훈병원도 뚫렸다...'응급실 뺑뺑이'로 국가유공자 사망
공공기관도 의료공백 심화
국가유공자 대부분 고령층
15시간 대기가 사망으로 이어져
권아현 기자 입력 2024.08.30 07:58 수정 2024.08.30 08:10
국가보훈부 산하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은 국가유공자가 치료를 거부당한 이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환자의 80% 이상이 보훈대상자인 중앙보훈병원은 최근 110명의 전공의 중 8명만이 남아 논란이 됐었다.
30일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A씨는 위장 출혈 증세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소화기내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내시경 지혈술을 받지 못하고 3시간 여만에 G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이때 시각은 오전이었으나, A씨는 G종합병원에서도 12시간 넘게 대기하고 다음날 자정이 되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유족은 주간조선에 "중앙보훈병원이 G종합병원을 연결해줬고, 금방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대기가 길어졌다. 대기하는 동안 인근의 K대학병원 등 다른 응급실에도 수없이 문의를 했으나 수용 가능한 곳이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혈 수술을 받은 날 새벽 A씨는 혈변을 누고 고열, 고혈압이 지속되는 등 상태가 즉시 악화됐다. 다음날 수술이 잘 된 것인지 등 구체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그 과정에서 A씨는 사망했다.
A씨는 처음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으로 향할 때만 해도 자가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A씨의 유족은 주간조선에 "혼자 운전해 병원에 가셨고, 이후 전원할 때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직접 전화를 하셨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였다"며 "내시경 지혈술은 간단한 수술이다. 그런데 합병증 등 고인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병원이다보니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시간 지연이 많이 됐다고 본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은 국가기관으로 병상수 1400개 규모(전국 8위) , 31개 진료과를 갖고 있다. 하루 평균 4500여명의 외래 환자가 내원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A씨는 국가유공자로 수년째 이 병원을 다니던 상태였다.
A씨의 유족은 "기존 데이터가 있는 중앙보훈병원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았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라며 “중앙보훈병원도 의료공백이 심화된 것을 느낀다. 국가유공자 분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니 더욱 위험하다. 가족 중 국가유공자가 한 분 더 계신데, 그분은 더 이상 보훈병원으로 모시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중앙보훈병원은 전공의 파업을 기점으로 의사들이 부족해지자 경증 환자들을 일부 민간병원에 위탁하고, 남은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 부대수입이 거의 없는 중앙보훈병원은 보훈부가 지원하는 국가유공자들의 진료·입원비로 병원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경증환자를 위탁한 이후로는 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매달 수십억 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눈물이 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