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 "보훈의료의 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입력2023.05.24. 오전 7:04
■고난도 의료와 첨단수술에 역량 집중
■일반 국민에게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
“중앙보훈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국가유공자 진료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 유공자와 일반인 진료를 병행하느라 의료진과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높았지만, 보훈병원이 유공자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됐습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감신) 산하 의료기관의 중심인 중앙보훈병원이 ‘공공의료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유근영 병원장(68, 예방의학)은 최근 경향신문과 가진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한 병동을 폐쇄해 코로나전담병원으로 만들었고, 2년여 간 총 4만여 명을 치료함으로써 공공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면서 “원장 취임 이후 원스톱 치료 체계, 환자 맞춤형 전 생애주기 서비스(급성-재활-요양-재택치료), 전문의 정년 60세 이후로 연장, 전공의 채용 전 단계 블라인드 전형 도입과 수련환경 개선 등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암 역학 및 예방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 병원장은 국립암센터, 국군수도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병원장 3관왕’의 주인공이다. 보훈의료의 질 향상과 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보훈병원만의 특화된 의료서비스인 ‘환자 맞춤형 전 생애주기 서비스’에는 유 병원장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병원의 모든 환자들에게 급성기(병세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부터 재활, 요양, 재택치료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병원은 급성기 환자를 치료한 후 요양, 재활단계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의뢰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중앙보훈병원은 가정간호와 가정호스피스까지 직접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중앙보훈병원은 국민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진찰·수술 등의 의료서비스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건복지부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급성기 뇌졸중 등 12개 항목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전문의 정년을 연장해 60세 이후에도 계약직 형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명의급 의료진을 올 한해에만 15명 영입했다. 인턴 모집 경쟁률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최첨단 암 치료용 선형가속기 ‘트루빔 에스티엑스’를 복권기금을 활용해 도입했습니다. 또 공공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인공지능(AI)·5세대(5G)이동통신 기반 대규모 로봇융합모델 실증사업’에 참여, 국책사업비 19억3000만원을 들여 로봇수술기 5대도 들여놓았고요. 보훈의학연구소는 보장구 분야 연구역량을 강화해 그동안 특허 취득·출원(9건)과 국책과제 수주(483억원 상당) 실적이 매우 뛰어납니다.”
중앙보훈병원은 보훈처가 장관급 보훈부로 격상되는 데 발맞춰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개선을 통한 의료의 질적 향상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1차 위탁병원(동네의원)은 경증환자, 2차 지방보훈병원은 중증환자, 3차 중앙보훈병원은 고난도 진료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각각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유근영 병원장이 코로나19 진료통계를 들어보이며 공공의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제공
“보훈 대상자 수 감소에 따라 장기적으로 경찰, 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를 확대해 서울 지역의 ‘동남권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보훈 대상자 평균 연령이 1996년 61세에서 2019년 71세로 높아지면서 보훈 대상자 수는 2050년이 되면 현재의 61% 수준(약 11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중앙보훈병원은 보훈 대상자 고령화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치과진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의 치과병원도 확대 개원한다. 진료의자가 65대에서 110대 규모로 늘어나며 오는 11월 진료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치과병원은 지하철 9호선과 연결돼 환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유 병원장은 “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되면 보훈 자체가 국격이 되는 만큼 보훈의료의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면서 “중앙보훈병원의 캐치프레이즈(어제는 당신이 우리를 지켜 주셨다. 오늘은 우리가 당신을 지켜 드리겠다)에 걸맞는 세계적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