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도 없이 수년째 궤도를 이탈한 ‘광복호(號)’ 열차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11일 광복·보훈단체 등에 따르면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는 ‘광복회’가 20억 원대 악성 부채와 자정 능력 상실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비리와 내부다툼으로 광복회에서는 그동안 개혁과 재건은 고사하고 1년 365일 내내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광복회의 궤도이탈은 문재인 정부 때 선임했던 고 김원웅 전 회장 시절부터 비롯됐다. 2022년 2월 김 전 회장이 물러날 당시 광복회 부채는 총 19억2300만 원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들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5월 새 회장에 취임한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광복회장마저 취임 4개월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법원은 후보들 간 ‘표 몰아주기’ 등 부정선거 논란 및 광복회원 면담과정에서 BB탄 총기를 꺼내 위협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후 광복회는 백범 김구 선생 장손인 김진 씨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최근에는 김진 직무대행의 개혁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요구에 대해서도 일부 인사들이 ‘인사권이 없는 직무대행의 총회 소집’은 무효라면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광복회 안팎에서는 회장 조기 선거로 혼돈의 광복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급기관인 국가보훈처가 개입해 광복회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쇠한 69명 직계 후손 대의원 외에 후손들을 폭넓게 회원으로 수용해 광복회를 거듭나게 하는 환골탈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