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헌신하는 국민이 많아야 국가가 안녕해진다. 이런 헌신자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 그 공로를 선양하고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대통령의 보좌관이 보훈처장이다. 보훈 행정의 키는 ‘공로에 대한 평가’다. 따라서 보훈 대상자에 대한 심사는 공명정대하고 남 보기 좋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보훈 행정은 ‘국가유공자’ 보훈과 ‘5.18 유공자’ 보훈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국가 유공 대상자는 대통령을 대신해서 보훈처장이 매우 까다롭게 선정한다. 국가유공자가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다. 반면 5.18 유공자는 광주시장이 선정한다. 광주시장이 선정하면 대통령은 보훈 혜택을 실행한다. 광주시장이 대통령에게 ‘시행’을 명령하는 체계이다.
1999년 광주시장은 한해에 177명의 유공자를 무더기로 선정했다. 그 속에는 권노갑과 같은 전라도 정치인들이 부지기수로 들어 있었다. 그 해 총 5.18 유공자는 5,801명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자 이제는 발표 자체가 없다. 1980년에 발생한 5.18, 그런데 1992년에 출생한 유공자가 부지기수였다. 아마 지금쯤은 2020년에 태어난 유공자도 있을지 모른다. 저들의 기준으로 보아도 5.18 유공자 선정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복마전이다. 유공자의 양아들도 들어가 10% 가산점을 받는 이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 복마전 때문에 저들 자체에서도 불협화음이 있다. 박남선은 파렴치 전과가 2개인 상태에서 골재채취 화물차를 운전하던 25세의 청년이었다. 그는 5월 25일 전남도청에 들어갔다가 김종배를 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상황실장 자리를 차지했지만 한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는 계엄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북한군 개입’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엄사는 이런 피라미에게 5월 21일 국토를 뒤흔들었던 홍길동들이 저지른 죄를 씌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든, 무기징역이면 1급 보훈자여야 한다. 그런데 5.18 자체 보훈 등급 1~14급 체계에서 그는 10등급을 받았다. 그는 법정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명단 까”, “공적서 까” 외치면 광주시장이 까겠는가? “보훈 심사 일원화하라”, “대통령이 광주시장의 부하가 된 나라, 대통령은 시정하라”, “대통령이 광주시장 시다바리인 이상한 나라, 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는가?” 이런 식으로 외쳐야 일원화되지 않겠는가? 일원화에만 성공하면 복마전이 까발려진다. 까지면 상황은 우리의 뜻대로 종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