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3.11.16 11:48
업데이트 2023.11.16 12:00
박태인 기자
‘보훈(報勳·공훈에 보답함)’은 윤석열 정부에 상징 키워드다. 3월 2일 국가보훈처는 창설 62년 만에 국가보훈부로 승격됐다. ‘국가보훈부 승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 대통령은 이날 통상의 전자결재가 아닌 정부조직법 공포안 서명식을 열어 “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친필 서명을 했다. 유독 보여주기식의 ‘쇼’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지만, 보훈 행사만큼은 연일 파격과 최초가 쏟아졌다.
그래서 대통령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의 상징성이 커지다 보니, 총선 출마가 예정된 박민식 현 국가보훈부 장관의 후임자를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박 장관은 정율성 논란 등 주요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보훈부 장관의 존재감을 한층 높여 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보훈부의 경우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후보군을 전방위로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대통령실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언론에 관련 사실이 알려진 뒤 보훈단체와 예비역 장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함장으로 최 전 함장은 장병의 명예회복과 북한 피격 사실을 알리는 일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2021년 ‘대령 명예 진급’으로 군을 떠난 영관급 장교다 보니 조직 장악력 등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 영관급 장교였던 피우진 전 보훈처장의 한계를 느낀 보훈부 내의 반대여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원점부터 장관 후보자를 다시 찾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출국 전 핵심 참모들에게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으니 인재풀을 넓혀 좋은 사람을 모셔오라”는 특명을 내린 상태다. 장관 후보론 독립유공자 후손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매헌 윤봉길 선생의 장손녀 윤주경 의원이나 독립운동가 배인철의 조카 배준영 의원 등도 거론된다. 윤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처장으로도 유력하게 검토됐었다. 하지만 윤 의원이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친일기록 삭제 등 정부의 보훈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터라 발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장관 후보로 거론하기도 한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국가보훈처 정책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인 위원장의 조부는 3ㆍ1운동, 아버지는 6ㆍ25 전쟁 참전, 인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 통역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보훈의 3개 기둥인 독립·호국·민주를 아우르는 인물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