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장관, 일부 예산 삭감 반발…野 “유공자 지원이 더 급해”
중앙일보
입력 2023.11.22 01:23
업데이트 2023.11.22 09:55
순직 군경 미성년 자녀 지원 사업 예산 6억원 삭감과 관련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방을 벌였다. 박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야당이 쪽수로 막았다”고 반발했고 민주당은 “실질적인 유공자 대상 예산이 더 급하다”고 맞섰다.
野 “실질적 지원 아냐…생계 곤란 유공자 예산 증액”
22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보훈부 예산을 심사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앞서 박민식 장관은 페이스북에 “히어로즈 패밀리 사업 예산이 정무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야당의 칼질이 걱정돼 줄이고 줄여서 올린 최소한의 예산인데, 그것마저 전액 삭감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썼다.
민주당 소속 정무위 예산소위 위원들은 성명에서 “(히어로즈 패밀리 사업은) 순직 군경 자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사업이 아닌 주니어 단복 제작 사업, 소수 인원의 해외 탐방 사업, 스포츠 관람 지원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위원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보훈대상자의 영예로운 삶을 위해 각종 수당 등 경제적 보훈 안전망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며 “대신 2023년도에 대폭 증액됐던, 게임을 만들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의 홍보성 예산은 2022년 수준으로 삭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6·25 자녀 수당 70억원 증액, 무공영예수당 74억원 증액, 참전명예수당 1천42억원 증액, 4·19혁명공로수당 2억원 증액, 보훈병원 진료사업과 위탁병원 진료 사업 예산 900억원 수준 증액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날 박민식 장관은 “사업을 야당이 쪽수로 막는다면, 순직 군경의 미성년 자녀를 보훈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하자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보훈부 예산안은 박 장관의 소셜미디어(SNS) 발언 영향에 예결위 예산소위 심사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예산 심사 당일에 장관이 사실을 왜곡하고 비틀어 야당을 음해했다”며 “장관이 국회를 경시하다 못해 모욕하는 상황에서 보훈부 예산 심사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예전에 부산에서 참전용사가 참전수당 35만원, 시로부터 10만원 받아서 총 45만원으로 살다가 슈퍼에서 참기름을 절도한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일이 있다”며 “반찬을 훔쳐야 했던 그런 유공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수당 예산을 현실적으로 증액하는 게 더 급하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예산 절차가 진행 중인데 SNS를 통한 표현 방식에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오죽 답답했으면’ 하는 공감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서삼석 예결위원장은 “장관의 적절하지 못한 SNS 활동은 행정 행위가 아닌 일탈된 정치 행위”라며 이날 보훈부 예산 심사 없이 산회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