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6세 강정애 후보자, 50년 주담대…116세까지 갚아야
1957년생으로 올해 만 66살인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올해 8월 31일 6억 원을 50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통해 받았습니다. 만기일은 2073년 8월 31일로, 그 시점이면 강 후보자는 만 116살입니다. 지난해 평생 몸담았던 숙명여대를 퇴직한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자료에서 올해 근로소득이 '없다'고 신고했습니다. 대출을 받은 곳은 '만 34세 이상'은 50년 주담대 취급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신한은행이었습니다. 과연 강 후보자는 어떻게 50년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원베일리, 마이너스 가산금리 적용…"연이율 3.93%"
강 후보자가 제공한 담보는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입니다. 인사청문자료에서 강 후보자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133.91㎡ 가치를 27억여 원이라고 신고했지만, 현재 같은 면적 아파트가 60~70억 원 정도에서 매물이 형성된 상태입니다. 워낙 고가 아파트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을 상대로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적용해 집단 대출 상품을 팔려고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강 후보자 측은 "3.93% 이율을 적용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금융채 5년물(4.38%)에 마이너스 가산금리 적용을 받았습니다.
신한은행 "집단 대출은 연령 보지 않아 50년 주담대 가능"
강 후보자는 입주자 대출, 그러니까 집단 대출을 받았습니다. 강 후보자 측은 "원베일리 입주를 위해 약 2억 7천만 원의 추가분담금 납부가 필요했으며,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비 대출 상환을 목적으로 (50년 주담대) 대출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집단 대출에서는 50년 주담대 연령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대출 기준만 통과하면 '만 34세 미만 기준'은 적용하지 않고 집단 대출을 해줬다는 겁니다. 신한은행은 "12월에도 10여 개 아파트 입주 현장에서 50년 주담대 상품이 팔렸다"며 "원베일리만의 특혜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연금 + 기타 소득으로 DSR 충족"
6억 원의 대출금을 이율 3.93% 50년 만기로 받으면 매월 원리금으로 약 228만 원을 내야 합니다. 1년에 2700여만 원을 갚아야 하는 겁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40%를 적용해 보면 대략 연 수입이 최소 6800만 원 정도는 돼야 하는 거죠. 강 후보자는 올해 근로소득이 0원이지만, 연금소득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자인 권영빈 중앙대 명예교수도 연금 수익 등이 있습니다. 강 후보자 측은 SBS의 질의에 대해 "후보자는 월 3백만 원 이상의 사학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며, 배우자는 월 150만 원 상당의 사학연금과 강연 등을 통한 연 1천만 원 이상의 기타 소득이 있다"면서 "해당 소득을 바탕으로 대출 당시 DSR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혀왔습니다.
50년 주담대, DSR 우회 수단 지목
50년 주담대는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가계부채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 상식이 있으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같은) 그런 상품을 안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대출을 늘려 수익을 늘리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대출 증가세를 잡으려는 금융당국 압박에 지난 9월부터는 사실상 시중은행에서 50년 주담대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서 집단 대출과 같은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50년 주담대 상품을 일일이 살펴보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한은행 "연령 제한, 정도 경영"…그러면서 판매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먼저 '만 34세 이상에 50년 주담대 취급하지 않는다' 고 공언했습니다. 진옥동 지주 회장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을 둔 금융 공기업 사례를 참조해 정도 경영으로 의사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50년 주담대는 '상식에 어긋나고' '정도 경영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는 뜻일 텐데, 아파트 집단대출에서는 나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년 주담대를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도적 허점 십분 이용한 대출
이렇게 강정애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금융 당국의 제도적 허점과 시중 은행의 이익 쫓기 영업의 합으로 50년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강훈식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강 후보자가 정부의 무능한 금융 정책을 십분 이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상 최대 가계 대출 금액은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발표된 금융 당국 통계에서 11월 주택담보대출은 10월에 비해 5조 4000억 원 또 증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