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 미신청자 1230만명...1년 이상 무약정은 673만명
‘약정 가입시 자동연장 여부 선택할 수 있어야’ 누리꾼 목소리
올 상반기 취약계층 22% 통신비 감면 못 받아...1740억 추산
이동통신 서비스 고객이 선택약정할인이나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제도를 통해 절약할 수 있었던 연간 통신비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중저가 단말기 확대 등도 중요하나 기존 제도의 구멍을 메우는 실효성 있는 통신비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선택약정 대상이 됐음에도 이를 신청하지 않은 고객 수는 1229만7811명이었다. 이들이 할인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1조38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선택약정은 1년 혹은 2년 약정 가입 시 매월 요금의 25%를 깎아주는 통신사들의 할인 제도다.
약정기간 종료 후 무약정 기간이 1년이 넘는 사람은 673만1103명으로, 이는 전체 선택약정 미가입자의 54.7%에 해당한다. 단말기 변경 등 이유로 무약정 상태를 유지하는 가입자도 존재하지만 1년 이상 무약정 상태를 유지한 건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할인받을 수 있었음에도 할인받지 못한 것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는 과기정통부의 안내와 홍보 부족 탓임에도 과기정통부는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앞서 2016년 감사원 감사와 2020년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선택약정 안내 부족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2020년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선택약정 미가입자의 총 연간 예상 할인액은 1조3372억원이었다. 국감 이후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는 선택약정 만료 전후 대상자에 보내는 안내 문자를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해당 문자를 스팸 문자로 오인하지 않도록 통신사 통신사 안심·인증마크를 붙여 발송하는 등 안내를 강화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ARS를 통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무약정자의 연간 예상 할인액이 4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홍보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약정 기간이 끝나면 월 단위로 자동 가입할 수 있게 약관을 바꿔라’, ‘미처 못 받은 할인은 소급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택약정 기간을 정하지 말고 고객이 해지 요청할 때지 계속 유지하는 규정을 만들어달라’ 등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선택약정뿐만이 아니다. 통신사로부터 통신비를 감면받을 수 있는 중증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22%가 올해 상반기 통신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방위 소속 황정아 의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통신비 감면 대상 996만7372명 가운데 216만757명이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이 놓친 통신비 감면액은 모두 174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황 의원에 따르면 통신비를 감면받지 못한 취약계층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통신비 감면을 못 받은 취약계층은 2021년 203만4194명에서 2022년 205만6865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206만1618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3사를 비롯한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 국민의 통신 기본권 보장을 위해 수익성과 관계없이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기초생활수급자, 기초연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통신비 감면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황정아 의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통신비 감면 제도를 안내하고는 있지만 중증 장애인, 65살 이상의 노인들이 대리점·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통신사 고객센터 및 누리집에 문의해 감면을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신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전기통신사업자가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