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묘역에 함께…" 濠 참전용사 부인, 4년 만에 부산서 영면
21일 유엔기념공원 그린 중령 묘역서 올윈 여사 합장식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3-09-20 09:40 송고
"남편 묘역에 합장해달라."
한국전쟁(6·25전쟁) 때 전사한 호주군 참전용사 찰스 그린 중령의 배우자 올윈 여사의 유언이 생을 달리한 지 4년 만에 실현된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부산 유엔기념공원 내 그린 중령 묘역에서 올윈 여사 유해를 합장하는 합장식이 엄수된다고 20일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그린 중령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호주 육군 제3대대의 첫 지휘관으로 참전, 국군 및 유엔군과 함께 싸웠다.
그가 이끈 호주 육군은 영연방 제27연대에 배속돼 연천·박천전투와 정전전투에서 승리하며 큰 공적을 세웠다.
이와 관련 보훈부는 그린 중령을 '2015년 11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린 중령은 같은 해 10월30일 막사 주변으로 날아든 북한군 포탄 파편으로 복부 관통상을 입어 30세 나이에 전사했다.
그린 중령이 전사한 뒤 외동딸을 키운 홀로 키운 올윈 여사는 1993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란 회고록을 집필·출간해 호주 전쟁문학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06년 호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올윈 여사는 2019년 11월 향년 96세로 별세할 때까지 호주의 6·25전쟁 참전용사 및 유가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등 한·호주 협력관계에 기여했다.
특히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올윈 여사의 제안에 따라 6·25전쟁 당시 호주군(영연방)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 가평의 지형과 6·25전쟁 호주 전사자의 이름 등을 손바느질로 누벼 만든 대형 작품(퀼트)을 2016년부터 전시하고 있다.
올윈 여사는 생전에 "남편 묘역에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그동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탓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던 상황이다.
윤종진 보훈부 차관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다 생을 달리한 여사의 유언이 작고한지 4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지게 된 걸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품에서 남편과 함께 영면에 들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주한호주대사관 주관으로 진행되는 합장식엔 그린 중령 부부의 외동딸 앤시아를 비롯한 유족과 보훈부 윤 차관, 캐서린 레이퍼 주한호주대사, 폴 러캐머라 주한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참모총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