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소방관 재직 중 희소병"…발병 원인 몰라도 '국가유공자' 인정
박윤주 에디터 작성 2021.09.23 11:52
법원이 37년 동안 근무하다 희소 질환에 걸려 퇴직한 전직 소방관에 대해 국가유공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발병 원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공무 수행과 발병 사이 어느 정도 관련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근거입니다.
대구고등법원 행정1부(김태현 부장판사)는 소방관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A 씨가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어제(22일) 밝혔습니다.
1977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A 씨는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활동해오다 지난 2004년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고, 보행장애 등이 생기며 뇌병변 3급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A 씨는 병에 걸린 뒤에도 소방관으로 활동해왔지만 지난 2014년 야간 당직 중 쓰러지며 더 이상 근무가 불가능한 상태가 돼 명예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퇴직 후 A 씨는 소방장비가 열악했던 1970~80년대에 화재 현장 등 유해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병이 생겼다며 대구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보훈청은 "직무수행 또는 교육 훈련이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가유공자(공상군경) 비해당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A 씨가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대상자(재해부상군경)에 해당한다고 통지했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해병대 출신으로 공무원 임용 때까지 매우 건강했다. 가족력이나 유전적 원인도 없는 만큼 해당 질환은 화재 현장에서 유해물질 등에 장시간 노출돼 발병한 것"이라며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구보훈청의 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소뇌위축증 발병 원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없는 점과 유해물질 흡입 등 환경적 요인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공무 수행과 발병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1심 판결은 부당해 취소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