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1인시위하는 제2연평해전 유족 "특진했지만 연금은 그대로"
등록 2023.08.01 10:37 / 수정 2023.08.01 11:02
윤동빈 기자
최고기온 33도로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앞 전쟁기념관 광장에는 제2연평해전 유족 김한나(49)씨가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었다.
김씨는 지난 2002년 6월 29일 서해에서 해군 참수리 고속정 357호 조타장으로 근무하던 중 북한과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다. 한 상사는 당시 계급이 중사였으나, 지난 2015년 상사로 추서(追敍) 진급했다.
플래카드에는 '추서 계급은 상사, 국방부 연금은 중사! 국민에게는 의무 강요, 나라는 무책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약속 이행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이날 플래카드를 들고 42일째 1인 시위 중이었다.
"시댁 부모님들이 고인이 된 남편 연금을 받고 계시는데, 상사가 아닌 중사의 연금을 받고 계시다는 걸 재작년에 우연히 알게 됐어요. 금액이야 얼마 차이 안나지만, 13년 만에 상사로 추서됐다면 그에 준하는 예우를 해주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제2연평해전 유족들은 평소 "우리 아이들이 때를 잘못 만났다"고 한탄한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6월, 제1연평해전 패전을 설욕하기 위해 고속정에 장갑을 덧대고 기습 공격을 한 북한군에 의해 6명의 우리 군인이 전사했지만, 당시 남북 화해 무드를 의식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은 장례식에 조문을 오지 않았다.
군 일각에선 "당시 훈장을 최고 등급인 '태극무공훈장'으로 올렸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한 등급씩 깎여서 돌아왔다"는 말도 나왔다. 김씨 뿐만 아니라 제2연평해전 유족과 참전용사들이 '국가의 예우'에 더 민감한 이유다.
김씨는 "국민의힘에서 특진 계급에 맞게 연금 지급을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사위 통과조차 못하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께 계급 명칭만 '특진'이라고 바꿔주는데 그치지 말고,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름만 전투'로 명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은 모두 '전투'로 명명돼 있다. 특히 연평도 포격전은 지난 2010년 발발 때부터 '포격 도발'로 불려오다 10주년인 지난 2020년 '승리한 전투'라는 의미에서 '포격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하지만 제1·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에서 싸웠던 군인들은 '참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훈부에서 6·25 전쟁과 베트남전만 '참전'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국지전인 '전투'를 벌인 군인에게는 참전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김씨는 "비록 개개인에게는 5~10만원의 작은 수당이지만, 국가에서 참전 공로를 인정해주듯이, 전투를 벌인 군인들에게도 작게나마 국가가 인정을 해주고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위기가 벌여졌을 때, '국가가 나와 내 가족을 다르게 대우해준다'는 생각으로 헌신하는 군인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