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무지했던 국가유공자…법원은 '무죄', 검찰은 항소
이지예기자
입력2026.02.04 11:41
법 모르던 국가유공자 박씨
'공문서부정행사' 혐의 재판
法 "악용 아니라 처벌 안돼"
檢 "고의 없다고 단정 못해"
장애인 주차 표지를 렌트 차량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유공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재차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30일 경기 하남시보훈회관 상이군경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모씨(75)가 사고 직후 렌터카 차량 앞문 유리에 비치해 뒀다며 기자에게 보여준 관리사무소 '임시주차증'. 이지예 기자.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1단독 강면구 판사는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7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월남전 참전 중 총상을 입은 국가유공자이자 장애 2급인 박씨는 얼마 전 접촉사고로 수리를 맡긴 본인 차량 대신 렌터카를 이용해 집 근처 쇼핑몰을 찾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 현행 제도상 장애인 주차 표지는 '사람'이 아닌 '차량' 앞으로 발급되는데, 수리 등의 이유로 다른 차량을 이용할 경우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을 잘 몰랐던 박씨는 사고 직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발급받은 '임시주차증'(사진)을 차 앞 유리에 함께 두고 주차를 해왔다.
결국 박씨는 장애인 주차 표지를 렌트 차량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신원 불상의 이웃이 신고를 한 탓이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잠깐 빌려 쓰는 차에 다시 표지를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호소했다. 박씨의 배우자인 김모씨(75)도 "박씨 목의 구멍(총상)을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오가는 보훈병원에서도 문제없이 통용됐기에 법적으로 효력 있는 인증서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1심을 담당한 강 판사는 "단순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본래 용도대로 사용한 만큼 부정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강 판사는 "박씨가 장애인 주차 표지를 고의를 가지고 부정하게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표지의 사용 권한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한이 없는 자가 권한이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권한이 있더라도 부정하게 이를 행사한 경우에만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검찰은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하남시도 이번 사안과 관련 박씨에게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별도 부과했다. 박씨는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죄가 나와도 국가가 끝까지 벌을 주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처럼 불가피하게 다른 차량을 이용한 보행상 장애인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제도적 불합리가 반복되자, 주차표지 발급 방식을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