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약한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더니…
입력 : 2017-08-06 18:45/수정 : 2017-08-06 18:46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복지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국가보훈처에 사표를 제출했다. 성과연봉제 강행 및 폐기와 함께 최근 공개된 보훈병원 매출 지시 문건에 따른 악화된 여론 때문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이사장이 사의를 표한 26일은 공교롭게도 보훈공단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폐기 심의 안건이 최종 의결된 날이었다. 김 이사장이 그토록 도입코자 했던 성과연봉제가 폐기된 날, 그도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이사장이 사임하기까지 지난 1년 동안 보훈공단과 산하 보훈병원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밀실 야합’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이사장은 작년 11월 연임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했다. 결국 노조의 불신임안이 제출되는가 하면, 양대 노총의 적폐 공공기관장으로 선정되는 불명예까지 안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김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리란 관측이 더 우세했다.
그랬던 것이 7월 25일 보도된 ‘비싼 검사 많이…김옥이 보훈공단 이사장의 꼼꼼한 지시’ 보도가 사퇴에 불을 지폈다는 게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2015년 9월 보훈병원의 실적 증대 방안을 지시한 문건이 공개되자, 김 이사장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보훈병원이 국가유공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공공병원임을 감안할 때, 국가유공환자를 소위 ‘돈벌이 대상’으로 본 정황이 문건을 통해 폭로되자,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김 이사장은 보도 다음날인 26일 보훈처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성과연봉제 폐기와 함께 이사장의 사임은 당연한 결과”이며 “보훈공단이 다시 공공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공단은 국가유공환자를 위한 따뜻한 공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이사장의 8월말 사퇴와 함께 공공기관장들의 줄 사퇴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가스공사 이승훈 사장의 중도 하차를 시작으로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도 8월말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도 28일 사의를 표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역시 병원 고위층으로부터 거듭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의 물갈이가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곤 한다. 이를 두고 보은인사 대신 전문성에 의한 기관장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성과 함께 “이럴 것 같으면 임기가 무슨 소용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양대 노총의 ‘적폐 기관장 퇴출’ 기자회견을 두고 일부 매체가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의 무조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공세”라는 논조의 보도를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탓에 정권 초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진다는 비판은 곱씹어볼 문제다. 그럼에도 임명 당시부터 자질 논란에 휩싸이며 구설을 만든 ‘문제적 인사’의 사임이 사필귀정이라는 견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