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가 노숙자 신세로 지하철 역 등을 전전하고 있다.
중앙고교 2년때인 1950년 통신병으로 국군에 자원 입대, 한국전쟁을 포함해 12년간의 군 생활을 거쳐 62년 대위로 예편한 정모(71)씨가 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지하보도에서 비닐 돗자리를 깔아놓고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보금자리(?)에는 2001년 국민의 정부시절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국가유공자 증서와 참전용사 증서가 문패처럼 놓여져 있다.
서울 출신인 정씨는 군 제대 후 월남전 당시인 67년 사이공으로 건너간 이후 태국 이란 이집트 중국 등지에서 군납 관련 사업 등을 시작했으나 잇단 투자 실패로 가진 돈을 다 날리고 결국 부인과 아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98년 입국한 정씨는 그때부터 특별한 거처없이 서울 지하철 영등포역 등지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으며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월 29만원의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왔다.
정씨는 “영등포역에 노숙자들이 많아 지난달 말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은 종각역으로 옮겼다”며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어 구걸은 하지 않고 잠만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얼마 전 한 지하철 역에서 경비원들에 의해 쫓겨날 때 국가유공자 증서를 내보이니까 다른 노숙자들과는 달리 예우를 해주기에 그때부터 유공자 증서를 목에 걸거나 자리 옆에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