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제도혁신에 대한 국민보고서 - 복지부에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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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제도혁신에 대한 국민보고서 - 복지부에서 퍼온글

최민수 2 1,289 2006.10.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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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와 잘못 설계한 제도

이 글은 현행 의료급여 제도의 상황과 문제점, 혁신방안에 관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보고서입니다.

언론과 국민들 앞에 공개하는 바로 그 시점에 대통령께도 똑같은 보고를 드립니다. 공무원이 제출하는 보고서로 보자면 개인적 생각이 여기저기 섞인 만큼 다소 이례적일 수는 있겠으나, 장관으로서 직면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 앞에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데는 딱딱한 공문서보다 나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너그러운 양해를 청합니다.

추석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것도 아닌 의료급여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된 것은, 이 제도가 보건복지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확보한 높은 문명적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가의 좋은 의도와 무책임한 행정이 결합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책무는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고, 저마다 다른 처지에 있는 국민들이 복지제도를 통해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따뜻한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의료급여 제도의 상황을 볼 때, 저는 참여정부의 각료로서, 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낍니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들 앞에 제출하는 공개적인 반성문입니다.

그리고 반성만으로는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없기에, 그 반성을 바탕으로 만든 제도혁신 방안을 함께 담았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부분적으로는 이미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의료급여제도 혁신방안은 시민사회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의 논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논쟁이 본격화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께 미리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것이 철학적 이론적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인지에 대해 미리 보고해 드리는 것이 장관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라 생각하기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해하실만한 언어로 이 보고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의료급여, 생명의 무한한 가치를 증명하는 제도

사람 목숨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실제로도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보험자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르게 보상합니다.

그가 죽지 않았다면 평생 동안 손에 쥘 수 있었을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이미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해도 생명을 되살릴 수 없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계산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생명도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목숨은 무한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그렇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제도를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살아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를 계속해서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돈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유 때문에, 국가가 무한정 치료비를 부담하는 제도를 대한민국은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명의 제도, 이것이 바로 의료급여제도입니다.

의료급여는 소득과 재산이 매우 적거나 희귀 난치성 질환에 걸린 국민을 위해 국가가 치료비를 대신 지불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없다면 우리 국민 가운데 소득과 재산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이, 살릴 수 있는 치료기술과 의약품이 있는데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조만간 목숨과 건강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의료급여 제도는 1977년도에 매우 제한적인 무상의료 제도로 첫 출발한 후 30년 동안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온,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임을 입증하는 정말 훌륭한 제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2005년도 12월 31일 현재 의료급여의 혜택을 보는 수급권자는 모두 176만 명입니다.

본인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는 1종수급자는 99만 6천 명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79만),

사회복지시설보호대상자(8만 8천),

국가유공자(8만 5천),

북한이탈주민(5천2백),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9천3백),

입양아동과 희귀질환자(2만)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진료비의 15%만을 부담하는 2종수급자가 76만 5천 명이었습니다.

노동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63만)와 차상위계층 어린이 및 만성질환자(13만 4천)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1,395,000,000 그리고 2,287

176만 명의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2005년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진료비를 사용한 사람에게 들어간 돈은 모두 얼마쯤 될까요?

이 질문을 가까운 친지들에게 던져본 결과 비슷하게라도 답을 맞춘 이는 여태 한명도 없었습니다 정답은 13억 9천 5백만 원입니다.

어느 광역시에 사는 30세 남자입니다.

이 사람을 비난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혈우병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병에 640만 원 하는 혈액응고제를 사흘 간격으로 1년 내내 맞았습니다.

여기에다 다른 질병 치료비까지 합쳐서 약 14억 원을 쓴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를 쓰고 있을 그가 앞으로 얼마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더 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정부는 계속해서 돈을 내야 합니다.

정부가 돈을 끊으면 그는 확실하게 사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국민들께서 마음아파 하실 것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의 가치는 무한히 크기에 정부는 돈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희귀질환과 난치성질환으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자가 된 사람이 10만 5천 명이 넘는다는 걸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지인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2005년도에 가장 자주 병원을 찾은 수급자는 몇 번 정도 진료를 받았을까요?

이 질문에도 정답에 접근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답은 2,287회,

일요일과 공휴일까지 다 합쳐 계산해도 1년 내내 매일 6번이나 7번 진료를 받은 셈입니다.

하루에 많은 경우 스물일곱 군데 병원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그가 처방받은 약품을 모두 복용했다면, 그는 아마 하루에도 여러 번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였을 것입니다.

어느 지방 도시에 사는 21세 남자입니다. 편의상 홍길동 씨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홍길동씨는 2005년도에만 3,560만 원의 진료비를 썼습니다.

홍길동씨의 형제인 또 다른 20대 남자는 같은 기간에 2,218번 진료를 받으며 3,280만 원을 썼습니다.

이 형제는 정신질환을 지닌 1종 의료급여 수급자로서 병원과 약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거의 유일한 일과였습니다.

14억 원을 쓴 혈우병 환자 사례에도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는 않겠으나, 홍길동 형제의 경우에 매우 심각한 혈세 낭비가 있으리라는 것은 특별히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뒤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이 형제의 사례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정,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 등 우리의 의료급여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한해에 4,000,000,000,000원이 들어가는 사업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의료급여 제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투입되는 예산규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그 증가속도가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예산보다 몇 배나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림1>은 2001년도 이후 2006년도(추정)까지 의료급여 총진료비와 <그림2>는 의료급여 예산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림 생략

2006년도 의료급여 총지급액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무려 4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해마다 늘어난 일반회계 예산의 태반이 의료급여에 추가 투입된다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노인과 장애인, 아동에 대한 복지사업이나 공공 보건의료 사업을 국민의 요구에 맞추어 강화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정책본부 담당 팀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정책토론을 하면서 의료급여 예산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거나 불가피한 일인지를 점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람직한 것도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의료급여 예산이 왜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심평원은 진료비 청구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료기관의 불법부당한 청구행위를 적발하는 한편, 의료기관별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율이나 주사제 처방율과 같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의료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매우 중요한 전문가 조직입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3년간 의료급여 총진료비 증가 요인에 대한 심평원의 분석 결과는 <표1>과 <표2>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 표와 그림은 복지부 자료를 참조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분석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의료급여 수급자의 수가 크게 늘었고, 그, 가운데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만성질병을 가진 사람의 비중이 조금 높아졌습니다.

특히, 그동안 건강보험을 적용받아왔던 차상위계층 중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취약등으로 의료비 부담이 높은 희귀난치성질환자, 만성질환자 및 18세 미만 아동 등 18만명이 의료급여 수급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수급자 한 사람이 병원에 가거나 입원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더 많은 진료를 받고 더 많은 약품을 처방받았습니다.

정부가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와 재료비 등의 수가를 조금씩이나마 인상했고, 게다가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확대되는 데 따라 의료급여의 보장범위도 같이 확대되었습니다.

의료급여 총진료비가 지난 3년간 연평균 21%나 증가한 것은 이런 여러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우선 수급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을 의료급여 제도에 받아들인 것은, 일부 자격이 없는데도 선정된 부정수급자의 존재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건강보험 수가인상과 급여확대로 인한 의료급여 총진료비 증가 역시 제도 개선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1종급여 수급자 1인당 내원일수와 입원일수의 증가, 그리고 내원일당 진료비 증가, 이 두 가지가 총진료비 증가에 미친 영향이 무려 26%나 되는 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범한 네 가지 잘못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 저는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 가운데 누가, 언제, 왜, 어떤 의료기관을 방문하였는가?

그렇게 많은 돈을 진료비로 사용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건강수준을 개선하였는가?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업무 담당자들은 데이터를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쪼개고 돌리고 해석한 끝에 다음과 같은 답을 제출했습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저질렀던 잘못을 고백하는 셈이라 죄스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있는 그대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빼거나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1) 목표설정의 오류

보건복지부는 연간 4조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향상시켰는지 여부를 알지 못합니다.

수급자들의 건강수준 향상을 사업의 성과지표로 삼은 적도 없었고, 객관적인 건강수준은 물론이요 수급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상태를 측정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가난하고 병든 국민을 위해 해마다 더 많은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보람으로 알고 일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뜻은 좋았으나, 사업의 성과나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만약 똑같은 돈을 들여서 수급자의 건강수준을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면, 또는 현재의 건강수준을 유지하게 하면서 더 적은 돈을 투입하는 방법을 찾았더라면, 보건복지부는 여기서 절약한 예산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첫 번째 잘못입니다.



2) 정보시스템의 결여

보건복지부는 수급자들 가운데 누가 왜 얼마나 자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평원 전문가들과 함께 2005년도 의료급여 진료비 청구자료를 이리저리 찢어보았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연간 급여일수(진료일수 + 투약일수) 365일 초과 진료자 관련 데이터였습니다.

365일 초과진료자는 38만 5천 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22.3%였는데,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8.7%였습니다.

연간 급여일수가 1,100일이 넘는 사람은 2만 5천 명, 5천일 초과자도 19명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급여일수를 기록한 사람은 무려 12,257일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평균 30여 가지의 약을 처방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자주 병원을 가고 처방을 받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료건수가 가장 많았던 100명을 모두 면담하여 의료이용 실태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이 100명은 2005년도에 모두 합쳐 17억 8천만 원을 썼는데, 이중 70%가 심각하거나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표 생략)

여기서 앞서 나온 홍길동 씨의 일과를 조금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갑니다.

대여섯 군데 병원을 돌며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처방을 받으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처방전은 모두 특정한 약국들에 갖다 주었습니다.

그러다 막차를 타고 집에 갑니다.

병원과 약국의 불법행위가 있었습니다만, 이건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 홍길동 씨의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았으려니와 보건복지부는 이 사람이 이토록 자주 병원을 다니는 이유는 고사하고,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병원과 약국의 청구서를 받고 돈을 다 내준 다음 뒤늦게 통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인지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얼마나 자주 병원에 가는지, 얼마나 많은 약품을 처방받았는지를 제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병원과 약국, 함께 비용을 대는 광역시도와 시군구 담당 공무원들 역시 알 도리가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연간 365일을 초과해서 급여를 받으려면 당국의 사전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사전 승인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통제도 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부의 두 번째 잘못입니다.



3) 도덕적 해이 제어장치 부재

약 1백만 명의 1종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무상의료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하는 때, 원하는 병원에 가서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물론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고급 또는 신의료기술 서비스를 제외하고,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용에 대한 인식 그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맙게도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있어도, 이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국민의 땀 흘려 번 돈 가운데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다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들의 처지에서 보면 조금만 몸이 불편하면 곧장 병원에 가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 현상입니다.

최근 의료급여에서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매우 공세적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스 오남용입니다.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소염진통치료 보조제인 파스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단 분석이 끝난 파스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2005년도에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파스를 266억 원 어치 썼습니다.

모두 필요해서 썼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38만 명이 한 번이라도 파스를 처방받았는데, 그중 2만 7천 명이 500매 이상을 받았습니다.

5천 매 넘게 처방받은 이가 22명인데, 최고기록은 13,699매였습니다.

하루 평균 38매입니다.

하루에 1,200매를 처방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의료급여 관리사를 보내 점검한 결과 하루에 여러 군데 보건소를 다니면서 싼 파스 처방전을 모은 다음 비싼 고급 파스로 변경조제 받기도 하고, 친지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팔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 파스를 처방받는 과정에서 파스 값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이 병원과 약국에 지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내 T제약사에서 나온 K플라스터 파스 10매의 구입가격은 2,650원입니다.

그런데 어떤 수급자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이 파스를 처방받느라 병원과 약국을 오가면서 진찰료 7,960원, 약품비와 처방조제료 등 6,120원 등 모두 14,080원을 보건복지부와 지방정부에 부담시켰습니다.

파스 값의 다섯 배나 되는 돈이 그 파스를 처방받는 데 들어가는 것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수급자를 늘이고 보장범위를 넓히는 데만 힘을 쏟은 것,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세 번째 잘못입니다.




4) 엄정하지 못한 공급자 관리

그렇다면 병의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다시 홍길동씨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급여청구 데이터를 보면 정신지체 3급인 홍길동씨는 형제관계인 또다른 홍씨, 그리고 역시 의료급여 수급자인 이웃주민과 함께 여러 병원에서 소위 ‘세트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세 사람이 똑같은 처방전을 받은 것입니다.

조사한 결과 실제 진료를 받은 것은 홍길동 씨 하나였고, 그가 다른 두 사람의 의료급여증과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세트처방전을 낸 의료기관은 의료급여법, 의료법과 더불어 일반 형법에도 위반되는 불법행위를 한 것입니다.

홍길동씨의 진료비 청구 서류를 보면 그는 2005년 11월 7일 하루 동안에만 무려 27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두 사람 몫의 세트처방전 51장을 받아, 특수관계에 있는 세 곳의 약국에서 모두 조제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조사해 본 결과 일부 약국은 처방전을 금품으로 교환해 준 혐의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실제 조제하지 않고 용돈을 쥐어준 다음 정부에는 조제한 것처럼 청구함으로써 국민의 돈을 도둑질 한 셈입니다.

일부 관련 병원과 약국들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때 관련자료 제출을 거부하는가 하면 전산자료를 폐기, 조작하거나, 폐업신고를 함으로써 조제 자료를 은닉한 의혹이 있습니다.

이런 기관들도 모두 해당 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였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을 모아 금품을 주고 진료를 받게 하는 병원이 있다는, 아직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제보도 있습니다.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 경영자들은 의료인인 동시에 생활인이고 경영자입니다.

그들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그들은 알지 못하며,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에도 나서서 바로잡을 이유나 수단이 없습니다.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눈을 감아주는 것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됩니다.

적극적으로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면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의료 공급자들이 건전한 진료행위를 하도록 유도하지도 못했고, 일부 의료기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위장폐업이나 명의변경으로 쉽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방치한 것이 보건복지부의 네 번째 잘못입니다.




보건복지부의 몇 가지 응급처치

그대로 방치할 경우 2006년도 의료급여 총진료비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국고만 해도 7천억 원이 넘는 미지급금, 다시 말해 외상값이 생겨 2007년도 예산을 미리 당겨 외상을 갚아야 하는, 그래서 다음 해에 또 예산이 부족해지는, 지난 몇 년 동안 거듭 되풀이해온 불행한 일이 또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까지 몇 가지 응급조처를 강구하여 6월부터 집행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그 응급조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공급자 대책

지난 6월부터 의료기관 특별실사 대책반을 만들어 의료기관과 환자, 약국 사이에 오고간 진료기록과 처방내역을 종합 분석하였고, 이를 토대로 허위청구와 부당청구 혐의가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기획 실사를 시작했습니다.

의료급여 환자에 대해 과다한 진료를 하거나 허위 청구를 한 징후가 있는 병의원과 약국 등이 우선 조사대상입니다.

심각한 불법행위를 한 의료기관의 실명 공개와 의료법에 따른 엄정한 행정조처, 필요한 경우 검찰 수사 의뢰나 형사고발 등도 병행할 것임을 예고하였습니다.

장기입원 환자, 특히 정신병 입원환자들에 대한 진료적정성 심사를 강화하고, 약물 중복처방에 대한 감시도 강화했습니다.



2) 수급자 대책

연간 급여일수 365일이 넘는 3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집중적인 건강 상담과 밀착관리가 필요한 2만 7천 명에 대해서는 시군구 의료급여 관리사 1인당 120명씩 할당하여 특별 사례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등 모든 가용인력과 조직을 총동원하여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의료급여 진료비 폭증으로 인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16개 광역 시도와 234개 시군구 의료급여 담당 조직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일선의 담담공무원 전원에 대해 의료급여 적정관리 교육도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는 여타 보건복지서비스와의 연계가 이제까지 미흡하였습니다.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보건소 방문보건사업에서 할 수 있도록 내년에는 방문보건사업 요원을 2천명 이상 확대 배치하고, 고위험군의 사례관리를 위해 의료급여 관리사 262명을 추가로 충원하여 수급자의 건강상담과 함께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아울러, 365일을 넘게 의료이용을 하시는 수급자의 건강수준을 평가하고, 건강수준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예방보건사업, 건강검진사업 등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게 장기의료 이용자 실태조사 분석을 의뢰해 놓았습니다.





3) 정보 인프라 강화

지금까지 원활한 정보교류와 업무협조를 하지 못했던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게 하는 한편, 수급자들의 의료기관 이용현황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파악하여 시군구 담당공무원과 의료급여 관리사에게 이상 징후를 전달하도록 하고, 365일 초과 진료자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엄격한 사전심사제를 실시하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년 9월 대비 올 9월 의료급여 진료비 청구액 증가율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습니다.

7월과 8월 진료분에 대한 청구가 9월에 온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응급처방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10월과 11월 청구금액 동향을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 제도혁신을 위한 도전적 질문들

이러한 응급조처는 말 그대로 응급조처일 뿐입니다. 이런 정도로는 의료급여 제도가 봉착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보건복지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는 근본적 제도혁신 방안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응급조처들은 기존의 법령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논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말씀드릴 혁신방안들은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고, 또 철학적 이론적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근본적 제도혁신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질문들, 지난 몇 달 동안 저와 우리부 담당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발견하려고 시도했던 질문들을 하나씩 국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주치의제도와 지정병원 제도

의료서비스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해서 주치의나 병원을 지정해 주면 부당한 차별이 될까요? 이것이 제도혁신과 관련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 의료급여 제도는 수급자와 다른 국민을 완전히 평등하게 대우합니다.

1종 수급자들은 보통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가고자 하는 병원을 방문하여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되는 모든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20%의 본인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국가가 대신 내주기 때문에 그분들은 비급여 서비스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전면적인 무상의료 서비스를 받습니다. 옛날에는 보건소나 국공립병원 등 특정병원을 지정해서 다니게 했지만 부당한 차별대우라는 비판 때문에 모든 제한을 다 없앴습니다.

그들은 소득세를 납부하여 의료급여 재정에 기여하는 중산층 국민보다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소비합니다.

이것이 진짜 정의로운 일인지, 이것이 정말로 평등한 것인지 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무상의료에 따르는 의료서비스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연간 급여일수가 예컨대 365일을 초과하는 사람, 특히 만성질환이나 난치성질환을 가진 수급자에 대해서는 주치의를 지정하거나 국공립 또는 특정한 민간병원을 지정하여 진료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치의나 지정병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 하여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길은 물론 열어둡니다. 진보적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것을 차별이라며 반대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다른 국민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서 이런 정도는 감수할 수 있고, 또 감수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중한 그 무엇이 공짜로 제공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귀한 것은 무엇이든 제값을 지녀야 한다고 믿습니다.




2) 본인부담금제 도입

무상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급권자로 하여금 약간의 본인부담금을 내게 하면 어떨까요?

이것이 두 번째 질문입니다.

의료급여 1종 수급자들은 자기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의식이 없습니다.

두어 달 전 어느 지방도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국가의 무상의료 서비스에 대해 무척 고마워 하셨습니다.

이런 혜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언니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 할머니 말씀이, 얼마 전부터 자꾸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파서, 시내에 잘한다는 병원을 다 다녔는데도 낫지 않았는데, 누가 소개해준 어느 병원 약을 먹고 며칠 전부터 훨씬 좋아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하나의 증상 때문에 무려 여섯 군데 병원을 다녔습니다.

다섯 군데 병원 약은 모두 조금 먹다 말고 버렸습니다. 이 할머니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비용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본인부담금 제도가 있어도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만성 중증 질환자들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지정병원 제도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수급권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 제도를 적용하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료비 본인부담금 납부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급자들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거나, 개인별 진료비 계좌를 만들어 국가가 일정액을 불입해주고, 건강관리를 잘 해서 남는 돈이 있으면 현금으로 찾아 쓰게 하는 것도 좋은 인센티브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라 정의롭지 않다는 비난을 하시겠습니까?




3) 희귀난치질환 전문치료센터

진료비를 가장 많이 쓴 수급자 100명을 보니 대부분이 혈우병을 비롯한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입니다.

이분들이 어느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든, 국가는 개입하거나 간섭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공립 병원이든 민간병원에서든 치료를 받으면 그에 따라 돈을 내줄 뿐입니다.

사후적으로 진료 적정성 평가를 한다고 애를 써 봐도 잘못된 점을 발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희귀난치성 질환 전문치료센터를 국가가 지어서 국가가 직접 치료해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것이 세 번째 질문입니다.

이런 병원 하나 짓는데 최소한 5백억 원 이상 듭니다.

하지만 해마다 4조 원씩 의료급여에 돈을 집어넣으면서도 이런 병원이나 전문치료센터를 만들지 못하는 국가행정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이것이 세 번째 질문입니다.

난치성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정신질환입니다.

2005년도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14.3%인 25만 명이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총진료비의 16.7%인 5천 3백억 원을 썼습니다.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은 환자의 특성이 달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의료급여 수급자인 정신질환자와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최하위 소득계층인 정신질환자를 비교집단으로 삼아 정신의료기관들이 어떻게 다르게 진료했는지 추세를 살펴보았습니다.

2005년도의 진료 한 건당 평균 진료비를 비교해 보니 건강보험 환자는 94,722원이었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293,155원으로 3배 넘게 격차가 났습니다.

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국가가 정신병원을 더 많이 지어서 의료급여 환자들을 직접 국가에서 치료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자꾸 국가에서 병원을 짓는 게 낫다고 하니, 저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사람이 자기 부처 예산과 조직을 늘이는 데 혈안이 되었구나, 작은 정부 하랬더니 또 큰 정부 만들려고 작당을 하는구나, 이런 비난을 들을까 겁이 나서 이 말씀드리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4)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강화

의료급여 관리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 공무원들이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지방정부가 이 일을 잘 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제도 혁신을 위해 우리 자신에게 던졌던 네 번째 질문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발굴, 선정, 관리 업무는 모두 시군구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모든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의료급여 혁신에 손을 댄 후 시군구 담당 공무원 교육에 몇 차례 참석해 특강이나 인사를 했습니다.

어느 도의 시군 담당공무원 교육에서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더니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잘해 보자는 결의가 넘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광역시 이상의 구청 의료급여 담당 공무원 교육에서는 정반대였습니다.

분위기는 썰렁했고, 강의에 대한 반응은 차가왔고, 마치고 나오는데 악수를 거절하면서 항의하는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반응이 달랐을까요? 그것은 지방비 분담 제도 차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일반 시군은 의료급여 진료비를 내는 데 지방비를 보탭니다. 하지만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는 전혀 재정 부담을 하지 않습니다.

특별시와 광역시 정부만 지방비를 부담합니다. 그래서 일반 시군 공무원들에게는 의료급여 재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성과지표가 될 수 있지만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그렇지 않아도 바쁜 판국에 새로운 일거리를 자꾸 내려 보내니 짜증을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지금 16개 광역시도 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도 의료급여 지방비를 내게 하고, 그것을 분담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도록 중앙정부와 광역자치정부가 협력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법령 개정이 필요한 일이라 잘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의료급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건복지부가 이미 실행에 들어간 응급처방과 검토 중인 제도혁신 방안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렸습니다.

그러나 현행 의료급여 제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다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기묘한 현상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큰 틀의 제도 혁신을 해가면서 하나하나 손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 오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보고서의 취지는 의료급여 수급자나 의료기관 종사자, 관련 공무원들을 비판하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혜와 뜻을 모아 가꾸어 나가야 할 의료급여 제도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제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생각하면, 솔직하게 말해서 울화가 치미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몇 백만 원의 카드빚 때문에 젊은이들이 목숨을 끊고, 몇 만 원의 용돈이 아쉬운 어르신들이 먼지 날리는 거리의 무료급식대에 줄을 서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4조원의 의료급여 예산 가운데 불필요하게 쓰이는 것을 1%만 아끼면 4백억 원이 생깁니다.

5%를 절감하면 2천억 원이 생깁니다.

이 돈이면 얼마나 많은 장애아동과 빈곤한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과연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이 자기 돈을 쓴다고 해도 제도를 이렇게 설계하고 이렇게 운영했을까?

이런 울화 때문에 우리부 공무원들을 그동안 많이 질책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책 오류에 대해, 조금이라도 절감했더라면 어려움에 처한 다른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쓸 수도 있었을 국민 세금을 의미 없이 지출한 데 대하여,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병을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분들이 스스로 자기의 건강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민들이 내신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제 자신과 보건복지부를 다그치겠습니다.

아울러 오늘 말씀드린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 보고서가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을 철학적 정치적 논란의 배경을 이해하시는 데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맺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온 세상을 잃는 것입니다.

2006년 10월 9일

보건복지부 장관 유 시 민


Comments

윤기섭 2006.10.13 19:07
지금은 복지부입장을 옹호하고 홍보할때가 아닌데...
의료쇼핑하는놈들은 의료급여증 박탈하는등
제제를 취할 생각은 안하고 선량한 사람까지
부담을 주겠다는 발상
그리고 벼룩에게 간을 내어먹겠다는 발상을
성토하고 비판 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김영태 2007.06.13 13:08
참 시간도 많고 여유있는 삶을 사시는군요.
어떻하면 그렇게 살수 있습니까?
아버지는 병원 가시라해도 귀찮아서 안 가시는데...
이제 병원가니 찐짜 파스 안주데요. 더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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