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노병의 독백 - 한일 친선 관광 활동-도쿄 방문

[56] 노병의 독백 - 한일 친선 관광 활동-도쿄 방문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56] 노병의 독백 - 한일 친선 관광 활동-도쿄 방문

0 1,940 2003.09.0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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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노병의 독백 - 한일 친선 관광 활동-도쿄 방문

도쿄 방문

아침 일찍 교토에서 도쿄 행 8시 ‘신칸센 히카리’ 호를 타고 도쿄 로 향한다.

한국 신문에선 일본 국철이 경영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4월 1일부터 국영인 ‘신킨센’ 철도가 민영 철도 회사로 임대되어 경영주가 바뀐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에, 상호는 요금이 저렴한 자유석 승차권을 사서 승차한다.

플랫트 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는 지정석이 8량, 그린(green-1등) 석이 1량, 식당차가 1량, 자유석은 맨 뒤의 4량인 데, 자유석은 승객으로 혼잡해서 발 디딜 틈도 없다. 가지고 있던 상식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나가는 여객 전무로부터 자유석 승차권을 지정석으로 바꾸고 지정칸으로 옮긴다.

교토에서 도쿄까지는 일반 열차로 10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신칸 센’은  2시간에 달리니. 교토에서 도쿄까지는 거리상으로도 먼 거리다.

창밖을 지나가는 전원 풍경을 보고 있는 동안에, 열차는 어둔 터늘 속을 달린다.

열차가 어둠을 뚫고 굴속을 빠져나오니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다. 눈이 20cm 이상이나 쌓여있다.

교토를 떠난 지 얼마 안 되는 거리요, 도쿄는 아직 멀었으며, 도쿄와 서울은 같은 위도 상에 있으며, 도쿄가 서울보다 따뜻하다고 알고 있는데, 교토에선 매화꽃이 피고 봄소식이 왔는데, 갑자기 설경(雪景)을 본다는 것이 상호에겐 이상하게 느껴진다.

옆 좌석에 앉아있는 대학생 차림의 젊은이에게, “교토에선 매화꽃이 피고 따뜻한 봄 날씨였는데, 이곳엔 눈이 20cm 이상이나 쌓였습니다.

지리상으로도 무슨 변화라도 있습니까”라고 그 이유를 묻는다.

젊은이는 즉석에서, “그 이유는 산맥의 영향이지오”라고 하더니, 잠시 주저주저하다가, “실은 그 눈 오는 곳이 ‘세키카하라’의 옛 싸움터입니다.

1600년에 군웅(群雄)이 할거하던 천하를 통일하는 대격전(大激戰)에서, 동군의 ‘이시타미츠나리(1560-1600)와 서군의 ‘도쿠카와이에야스(1542-1616)’의 17만 대군이 한데 어울려 싸웠던 곳으로, 그 전투에서 죽은 망령(亡靈)이 천당으로 가지 못하고 상공을 떠돌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춥다고 지방 촌로(村老)들은 믿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도쿄에선 “산토리하얏트”호텔에 여장을 풀고, 해가 지기엔 시간이 남아서, 도쿄 근교에 있는 ‘카마쿠라’ 대불을 참배하기로 하고 호텔 을 나선다.

도쿄 역에서 열차를 타고 ‘카마쿠라’ 역에 도착해서,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대불 정거장에 내려 사찰을 찾는다.

사찰 경내로 들어서니 부처는 노천에 있으며, ‘나라’의 옥내 대불보다는 작았으나 엄청나게 큰 부처다.

두터운 입술과 낮은 코는 표정이 엄한 ‘나라’의 대불보다는 차라리 서민에 가까운 그 얼굴에 정이 간다.

따뜻한 봄볕이 사찰 경내 가득히 내려쪼인다.

대불 등 뒤로 가서 출입문에서 내부를 기웃거린다.

뱃속을 들여다보니, 뱃속은 층계로 되어 밑으로 내려가게 되어있고, 그렇게 큰 부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고 상호에겐 신기하기만 하다.

사찰 광장 옆엔 백제 유민이 지었다는 한국식 초가지붕의 법당이 있는데, 일본에 와서 네모지고 규모가 작은 새집(鳥家) 같은 농가만 보다가 볏집으로 지붕을 엮은 한국식 법당을 보니, 객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카마쿠라’ 대불 관람을 마치고 오후 3시, 상호는 전철을 타고 도쿄로 돌아온다.

도쿄 시내를 걸으며 관람을 하는데, 국회 의사당 앞에서 트럭에 분승한 청년들이 데모를 하는데, 전쟁 당시 일본 군인들의 만행을 사과한 국회 결의안을 반대한다며, 옛날 군복을 입고 햇살을 상징하는 해군기를 선두로 옛날 군가를 부르며 자동차 시위를 한다.

일본 정치를 맛보고 군인들의 만행을 알고 있는 상호 에겐, 세상이 다시 옛날로 복귀했다는 착각이 들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친다.

일본의 우익 청년들의 시위인 데, 시위를 하는 것은 일본 사람의 속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패전에 대한 굴욕감과 전전의 향수 (鄕愁)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패전 기념일인 8월 15일이 되면 어떠 한 형태로던 내각대신이나 총리대신이, 1급 전범자의 위패가 있는 ‘야즈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단적으로 일본 사람의 숨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상호는 내일의 본사 방문을 앞두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보사 방문은 오전 10시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신칸센 도쿄 역에서 ‘유라꾸쬬’ 역으로 가서 둥근 지붕의 건물 8층 본사 총무부에서 여직원에게 명함을 제시하며 방문 목적을 말한다.

여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들어가 ‘스미타슈이치’ 화장에게 초대면의 신고를 마치고, 임원실을 돌면서 입사 신고를 마친다.

다행이 임원 중에는 전에 만나본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사호를 맞는 분위기는 환영 일색이다.

정오에 총무부 ‘시오타’ 과장의 점심 대접을 받고 자리를 뜬다.

이어 일본 영행가 협회로 ‘사이토’ 전무를 예방 ‘한일 친선을 위한 이해를 촉구하고 일어서는 데, ’사이토‘ 전무는 내년 11월에 ’오사카‘ 에서 세계 혀행박람회가 열린다며 재회를 기약한다.

본사를 나온 상호는 오후에 황거(皇居)와 ‘니주바시’를 관람한다.

황거도 물이 있는 해자(垓字)로 둘러싸여 있다. ‘니주바시’를 배경으로 광장에는 구슬 같은 자갈이 깔려 있으며, 저무는 햇살을 받아 ‘니주바시’ 물 건너 궁전의 검은빛 기둥과 지붕, 흰색 벽이 인상적이다.

성내 어느 곳이나 관람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순경이 칼과 권총을 차고 경비에 임하고 있다.

돌담 옆의 천황 출입 전용문을 보고, 초등학교 시절 교실 벽에 걸려있던 천황의 사진이 저 전용문을 깃털 달린 모자를 쓰고, 말 타고 나오는 천황의 사진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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