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월한국군사령부

[39]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월한국군사령부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39]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월한국군사령부

0 2,257 2003.08.3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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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주월한국군사령부

주월 한국군사령부

상호가 명령에 따라 정보참모부를 찾아가니, 사무실에 있던 장병들이 환영한다는 인사를 한다.

참모(尹晟重 大領)에게 신고 하 니, 신고를 받은 참모는 “타 참모부에서 김 소령을 전입 요청했지만 내가 요청해서 우리 참모부로 왔으니, 한 달 도안 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월남전 양상을 파악한 후에 정보 업무를 맡으시오”라고 한다.   

사호에겐 처음 근무하는 상황실이다.

업무내용은 육군 정보학교 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정보실습 그대로다. 

밤 12시에 맹호부대 와 백마부대, 그리고 청룡부대의 전투 결과를 종합하여, 새벽 2시에 서울 합참(合同參謀本部)에 보고하고, 월남에서 일어나는 긴급 사항 을 조치하는 것이 상황실에 부여된 임무다.

밤이 깊었는데, 근무하는 첫날부터 사이공 지역에서는 폭음이 들려온다.

전쟁터라 긴장이 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베트콩’ 테러 공격에, 미군이나 월남군의  군사시설이 얼마나 많이 파괴되고, 인명이 피해를 입었을까 근심이 된다.

아침에 참모장(朴魯律 大領)이 출근하더니, 어제 사이공 지역에서 ‘베트콩’의 파괴활동이 있었는데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

사이공 지역에서 폭음이 울리는 것은 상호도 들었는데, 그것이 상황 장교가 파악할 업무의 제1조다.

참모장으로부터 상황장교의 무능을 눈물이 나도록 질책 받고, 상황실 근무는 시작된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 피로한 심신도 달랠 겸 4층에 있는 상호 숙소에서 2층 ‘바’로 내려가서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바’는 저녁이 되면 하루 일과의 지친 몸을 맥주 한 잔으로 풀려는 참모부 장교로 혼잡을 이루며, 같은 이유로 피부색이 다른 장교가 반수 이상이다.

‘다낭’ 지역의 해병대 사령부가 ‘베트콩’의 포격으로 시설 이 많이 파괴되었다는 현지 상황실로부터의 보고다.

상황실에서 상호와 같이 근무하는 김(金泰燮) 소령은 3일 전에 ‘다낭’ 지역 해병대 사령부로 출장명령이 났는데, 상황실 일이 바쁘다고 며칠을 연기했더니, ‘베트콩’의 포격 세례를 모면했다고 하며 사람의 죽살이는 운명이라고 기뻐한다.

무심코 오가는 대화가 전장(戰場) 상황이 주제가 되니, 문득 출격을 앞둔 미 공군 조종사가 PX에 모여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던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오늘은 ‘해피아워(Happy hour)’가 있어서 음료수를 반값으로 마실 수 있는 날이라, 20센트 하는 맥주를 10센트에 마신다. 미군은 장병 복지를 위해, ‘해피아워’란 이름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바’에서 수입되는 이익금을 장병에게 돌려 준다.

상호가 ‘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영어로  ‘해피 아워’ 란 글씨를 써서 벽에 붙여놓았다. 머리가 길게 자랐기에 사령부 이발소로 갔다, 한국군 이발사 외에도 월남인 이발사가 ‘가운(gawn)’을 입고 웃고 있다.

월남인 이발사의 인상이 좋으니, 상호 기분도 좋아진다.

월남인 이발사는 ‘바리캉’으로 머리를 2,3회 슬슬 밀고, 두어 번 가위질을 하더니 이발을 끝낸다.

이발비 40센트에 팁 10센트를 얹어 50센트를 주었더니, 월남인 이발사는 서툰 한국말로 “수염 깎겠습니까” 라고 묻는다.

“아니, 괜찮아”  하고 일어서려는 데, 월남인 이발사는 상호에게 다가오더니, 상호를 밀어 의자에 앉히고 발을 번쩍 들어올린다.

예기 치 않은 이발사의 행동에 상호는 당황했으나, 쇠로 된 발거리를 뒤집 으니 포지(布地)가 달려있어 쿠tus이 좋다.

영관 장교라는 위신이 “노”라는 말을 가로막아, 말 한마디 못하고 수염을 깎기고 1불을 더 지불했다.

월남인 이발사는 ‘앵무새’처럼 “수염 깎겠습니까”란 질문하는 단어만 외우고, 답변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말의 뜻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아침에 상호가 사무실로 출근하니, 상호를 본 참모가 “김 소령은 오늘부터 전투정보과에서 근무하시오”라고 한다.

우방군을 담당 하 던 해병대 박(朴永根) 소령이 귀국하니 그 업무를 인수하라고 한다.   

상황실에서 30일간을 근무하며 월남전의 양상을 파악하라는 참모 지시가 20일 만에 풀린다.

전투정보과는 한국군 담당과 우방군 담당 이 있는데, 한국군 담당은 한국군 작전지역 분석과 전투결과의 평가 이고, 우방군 담당은 미군 사령부와 월남군 사령부에서 보내온 문서 번역과 각종 통계작성, 월남전 수행에 대한 상황 판단이다.

한국군 담당이 보고하는 첩보는 한국군이 작전하는 국지 정보라 관심을 끄는데, 상호가 보고하는 첩보는 연합군이 작전하는 전국지 역의 상황판단과 작전지역 분석, 각종 통계작성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상호가 수행하는 업무는 화려하지 않으나 돌아오는 책임은 업무보다 무겁다.

우기(雨期)의 사이공은 시원해 한국의 가을을 연상케 한다.

상호가 퇴근길에 위병소에 들려 비를 피하며 창밖을 내다보니, 오토바이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부대 앞을 지나간다.

아찔하고 ‘베트콩’의 테러를 생각하는 데, 위병도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면 ‘베트콩’의 테러를 연상하며 무서워지고 눈이 어지럽다며, 자기는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지 않고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며 딴 곳을 본다고 한다.

웬 오토바이가 많은지 대부분은 여자가 타고 가는  오토바이로 , 앞사람은 핸들을 잡고 뒷사람은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달린다.

“월남 여자는 나면서부터 오토바이를 탄다”라는 연락장교 윤 대위의 수수개소리가 실감 있게 느껴진다.

민심참모부(民心參謀部)의 PX 관리장교(李文煥 少領)가 파월참전 만기로 귀국하니, 손쉽게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한 후임자가 선뜻 발견되지 않는다는 소문이다.

한국군 부대에 공급하는 물품을 수령하고, 소비를 판단하여, 미군 PX 당국에 신청해야 하는 관리 장 교는 회화 이전의 고급 영어가 필요한 데, 희망하는 장교는 많으나 마땅한 장교가 없다고 한다.

상호와 같이 숙식하는 이 소령이 상호 이야기를 민심참모에게 한 모양이다.

‘캬라멜’ 호텔에서 정보참모와 한 방을 쓰는 민심 참모가 정보참모에게 자기 애로사항을 얘기하고, 상호의 전입을 요청했던 모양이다.

정보참모는 상호의 의사를 물어본다는 조건으로  일언지하에 승낙한다. 아침에 상호가 사무실로 출근하니 참모가 상호를 부른다.

문을 열고 참모 방으로 들어가니, 참모는 자기 앞에 앉도록 의자를 권하 더니 상호를 보고, “민심참모부에서 김 소령의 전입을 요청 했는데 본인은 동의 합니까”라고 묻는다.   

사람은 일생에 축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3번 있다고 하는데, 1번 은 한국 전쟁 중에 있었고, 2번째는 월남 전쟁터에 있구나 하고, 대 답 없이 앉아 있으니 참모는 입을 연다.

“군인은 목숨을 나라에 바치는 것이 사명입니다.

재물보다는 명예를 먹고 사는 것이오, 주위에서 인정하고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데에 보람을 느낍니다. PX 관리장교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요, 전투정보 장교는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입니다.

전방에선 지금도 적탄에 쓰러지는 장병이 있습니다. 김 소령은 주위에서 인정하고, 월남전 수행에 필요한 사람입니다.

본인이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 하십시오”라고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상호에게, 참모는 부정적인 말을 한다.

상호는 “PX 관리장교론 안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뜬다.

신선(新鮮)하고 청정(淸淨)해야 할 사이공의 시내 공기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煤煙)과 군용 트럭이 내뿜는 매연으로 오염되어, 육안으로도 연기 같이 오염된 검은 공기가 사람 눈높이로 가라앉는다.

인사참모부의 이(李相佰) 소령은 풍토병(眼疾)에 걸려 본국으로 후송됐는데, 상호도 눈이 충혈되고 먼 곳이 안 보인다.

의무대에선 괜찮다고 하는 데 암만해도 불안해서, 사이공 시내에 주둔한 미군 제1야전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니, 담당 군의관은 중령 계급장을 달았는데 의외로 친절하다.

1주일을 조제해준 가루약을 먹었더니, 안질은 없어진다.

매일같이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연락장교가 미군사령부와 월남군사령부에서 가져온 전투보고서에서, 한국군에 관한 첩보를 추출해서 사령관실과 참모실에 돌리고 나면 오전 8시가 넘는다.

일과 시간에는 적의 활동 을 분석하고, 저녁에 일을 마무리하면 오후 10시가 넘는다.

월남에 선 상급자의 업무지시가 없으며, 각자 부여된 업무를 처리하자니, 남들은 일요일에 외출도 하고, 방과 후엔 자유 활동을 하는 데, 상호 에겐 일요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오, 근무 시간이 새벽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월요일이면 한 주일 동안 월남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베트콩’과 월맹군 활동을 ‘브리핑’ 하는 것이 상호 임무이니, 24시간을 긴장을 해야 한다.

상호가 그동안의 군대생활을 게으름을 폈다는 것은 아니 지만, 명령과 지시에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면, 월남에선 스스로 알아 서 하는 업무라 무엇인가 보람을 느낀다.

상호에겐 마지막이 되는 군대생활을 월남에서 꽃피우고 싶다. 이제야 철이 드는지 출세가 무엇이고, 군대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다니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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