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찾은 무공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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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주인 찾은 무공훈장

1 10,306 2006.10.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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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정초에 상호가 성묘 차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묘지에서 성묘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데, 한 신사가 상호를 기다리다 다가오더니, 40년 전에 사망한 이재준의 조카라고 하며 이재준이 어느 전선에서 어떻게 부상을 했는지 그 내용을 알려주면 대구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그 사실을 알리겠다고 고인의 병적을 묻는다.
  상호는 대답하기를, “이재준은 내 어렸을 때 친구지만 그의 병적은 나도 모르니, 집에 가서 아는 데까지 알아서 알려 주겠습니다”하고 신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육군본부 부관참모부로 민원을 올려 고인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하여 병적을 문의하였더니, 한 달 후에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답장이 왔는데, 이재준은 경북 안동지구 묘향산 전투 때 소대장으로 전공을 세워 화랑 무공훈장을 수훈 했는데, 그가 수훈할 화랑무공훈장은 미 수령 상태라는 회신을 받았다.
  즉시 육군참모총장의 회신 내용을 신사에게 우송했더니, 신사는 다시 대구에 사는 고인의 가족에게 그 사실을 알려서, 고인의 가족은 국가보훈청 대구지청에 신고하여 지금은 국가유공자의 유가족으로 국가에서 여러 가지 보훈혜택을 받고 있다며 감사하다는 전화와 함께, 인사 차 상경하겠다고 한다.
  상호는 전화를 받고, 친구는 타계하고 상호는 건재하니, 원인을 제공한 상호를 보는 유족의 심정은 불편하리라 짐작하는 데, 며칠 전에 전화로 인사차 상호네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더니, 오늘(2006.10.21) 오후에 “딩댕동” 하며 초인종이 울린다.
  상호가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이재준 부인과 낯선 넘자 둘에 여자 둘이 서 있다.    
  상호는 정중하게 안내하여 거실로 인도하니, 낯 선 남녀 네 사람은 이재준의 아들과 며느리라고 하며 큰 절로 인사한다.
  상호는 불현듯 고인과 지나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고, 자유를 찾아 너도 나도 서울로 상경 할 때, 고인과 상호도 서울로 왔으나 당장의 호구(糊口)가 어려워 고인은 국방경비대로 자원입대하고, 상호는 자취를 하며 낮에는 유리제품 행상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 나갔다.

  의정부에 주둔한 보병 제18연대에 배치된 고인은 일요일이면 의정부에서 서울로 나와, 낮 동안을 쉬면서 훈련을 받느라 시간이 없어서 발톱을 깎지 못했다며, 발가락 밑까지 자라 내려간 발톱을 깎던 고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고인의 가족들은 고인을 타계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상호에게 불평을 하는 표정이 아니라, 고인과 가까웠던 친구를 찾았다는 반가운 표정이다.  

  6.25사변이 발발하고 고인은 장교로 임관하고, 상호는 제2국민병으로 소집되어 논산훈련소로 입소했는데, 50여년이 지나니 고인은 산에 누어있고, 상호는 집에서 건재한 생활을 한다.  



참고 : 향로봉전투(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발간)  
  1950년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한국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직후, 한국군 수도 사단과 제11사단이 강원도 북부 향로봉(해발926m)에 배치된 인민군(제13사단, 제45사단)을 격퇴하고 ‘남강’으로 진출한 공격전투임.  



Comments

박용환 2006.12.13 16:09
연세도 많으신데 지나간 추억을 그리도 상세히 기역하심에
존경심이 가득 하군요...
저역시 70년도에 맹호사단에 1년 파월 하엿던바로
님에 지나간 세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하엿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하시고요 만수 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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