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74년대까지는 높낮이는 있으나, 옛날부터 농경사회로 내려오다가, 1975년의 도약단계를 거쳐 1980년 이후엔 산업사회로 옮겨간다.
1988년엔 사회발전이 꽃피어 올림픽 경기도 개최하고, 국민 총생산고도 1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며, 정치하는 사람과 국민 모두가 자신에 차서, 선진국 진입이 머지않았다고 자만에 빠져들고, 분에 넘치는 사치생활과 소비를 조장한다.
1990년 이후엔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착각에 빠져들자,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급기야 1997년 10월엔 금융시장의 마비와 국가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금융시장의 마비와 국가경제의 파탄을 치유하는 사람은 정치 지도자 나 경제 각료의 소관이지만, 국민으로선 어려운 생활이 닥치니 염 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1998년 8월에 서울에서 올림픽 경기도 무사히 치루고, 2002년 6월에는 IMF의 한파를 극복하고 전국 주요도시에서 월드컵 축구를 무사히 치르면서 세계 4강에 진입하여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었고, 2003년 8월에는 대구에서 세계 유니버시아드 경기대회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재확인시킨다.
사회는 수 세기 동안 내려오던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공업사회에서 산업화사회로,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눈부신 발전을 하는데, 상호는 1987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지며 모든 것이 정체된다.
수술을 받은 이후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잊어버리고, 말도 못하며 엎드려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60년 가까이 살아온 인간 본능으로 사 라가니, 옆에서 보는 이는 안타까울 뿐이다, 엎드려 투병을 계속하며 앉게 되자 걸음마를 배우고, 걸음마에서 보행이 가능하자 집(서울 사당동) 근처 국립묘지로 가서 보행연습을 한다.
눈발이 휘날리는 스산한 겨울의 오후에 무궁화 담장 앞을 지날 때, 담장에는 무궁화 꽃이 한 송이 달려있다. 가을에 지는 무궁화 꽃이 초겨울까지 남아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상호의 생명력과 비교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뒤따르던 상호 아내 가 후일에 말하기를 무궁화 꽃을 본 상호가 하도 반가워해서 조화 (造花)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미안해한다.
국립묘지의 넓은 공간엔 표석과 비석이 촘촘히 박히고, 통로 가엔 나무가 심어져 국립묘지라기보다는 공원으로 인식되어, 시골 관광객이 서울을 관광할 때엔 관광코스로 빠지지 않는 곳인 데, 상호는 누워있는 전우가 표석을 헤치고 일어나, “우리는 먼저 왔는데 너는 아직까지 살아있구나”하는 착각에 빠져 현충일에도 국립묘지를 참 배하지 못한다.
전쟁터에서 포탄을 맞으면 국립묘지로 가고, 청와대에서 뇌물을 받으면 교도소로 가는데, 국립묘지에서 눕지도 못하고 교도소도 못간 주제에 25평 아파트에 쭈그리고 앉아, “뱁새가 황새걸음을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숙담만 뇌이고 있으니 가족 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과거를 모르는 젊은이는 애초부터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풍요로 운 사회였다고 착각을 하고, 기성세대는 현재의 사회상에 한숨짓는다.
과거와 현재를 잊는 중간다리가 없으니 계층의 단절된 골은 깊어만 간다.
상호는 살기 어려웠던 일본 식민지 시대와 해방 후의 혼란하던 시 대, 총알이 나르며 포탄이 터지는 한국전쟁을 치르고, 월남전에 참전했으나,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는, 과거를 모르며 풍요한 세상에서 원리원칙만 강조하다.
힘은 정의요, 정의는 힘이라는 고사가 떠오르며 온고지신 (溫故 知新)이라는 말이 상호의 공감을 얻는다.
시(詩)와 소설, 평론과 희곡 등 활발한 저작활동을 하던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동양 사람으로선 처음으로 1913년 ‘귀탄 상리’라는 시집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고,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동양의 등불”이란 제목의 시(詩)에서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담음과 같이 읊었다.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 bearer.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