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두고 바라면서도 꿈만 같았던 해외여행이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열매를 맺는다.
해외여행을 위한 소양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여권이 나오나 반신 반의를 하였으나, 뒤에서 남편의 커다란 수고로 여권이 나왔 다.
우리는 잘 사는 편이 못 되어서 여권이 나오리라 바라지는 않았 지만 해외여행이 약속됐던 3월 1일이 돌아왔다.
조심스럽게 잠이 깨여 오전 5시에 일어나 설레는 가슴을 달래느라 아침 식사도 못하고, 근심되는 집안의 큰일은 이웃에 사는 친정 동생에게 부탁하고 여행길에 오른다.
날씨가 한겨울로 돌아가는 지 몹시도 춥다. 택시로 ‘올림픽’ 도로를 따라 김포 공항까지 가서는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객 대기실로 가는 데, 금속 자기 탐지기가 장치된 자기 문을 4군데나 통과한다.
대기실 안에 관광공사의 면세점이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점포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기를 타는 탑승객 입구는 배를 타는 선착장과 같다.
이륙을 할 때 어지럽지나 않나 걱정이 됐으나 무난하다. 호기심에 창밖을 여러 번 내다본다. 비행기의 고도가 얼마나 될까. 시야에 들어오는 지상 건물은 성냥갑 같이 작게 보이며, 산과 하천은 모형도 같다. 하늘에는 목화송이를 뿌려놓은 듯 흰 구름이 뭉게뭉게 뭉쳐서 보기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