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수도 사이공

[37]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수도 사이공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37]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수도 사이공

0 2,574 2003.08.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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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노병의 독백 - 월남전쟁-수도 사이공

수도 사이공

오후 3시, 상호가 ‘나트랑’ 공항에서 사이공 ‘단산누트’ 국제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줄서 있는 데, 월남 사람들 틈에 상호 일행 15명과 함께 간간이 미군 사병도 눈에 띈다.

미군 TMO(역내 파견 수송대) 하사관이 미군 상사를 데리고 와서 줄서있는 상호 앞에 세운다.

상호는 약소민족의 비애를 씹으며, “너는 군대 예절을 아느냐-Do you know the millitary courtesy"라고 일갈하니,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간다. 오후 5시에 상호가 ‘탄산누트’ 국제공항에 내리니, ‘사이공’은 한 나라의 수도답게 넓고 큰 도시지만 교통을 정리하는 순경이 안 보이고 질서는 엉망이다.

거리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많으며, 타고 가는 사람은 대부분 젊은 여자들이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허리는 가늘며, 상의는 하얀 ‘아오자이’에 하의는 까맣고 가벼운 통바지가 열대의 나라라는 인상을 물씬 품긴다.

여인들 모습이 제법 예쁘다고 느껴지나 어딘가 세련미가 모자란다.

까무잡잡한 얼굴엔 전쟁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워있다.

머리에 쓴 조그마한 대나무 삿갓과 바람에 휘날리는 ‘아오자이’ 자락은 이국(異國)의 정취(情趣)를 느끼게 한다.

사령부에 도착해서 인사참모부에 등록하니, 홍콩호텔 410호로 숙소를 배정하는 데, 사이공에 있는 ‘주월사’로 보직을 받으면 영구 숙소가 되고, 야전사로 보직을 받으면 임시 숙소가 된다고 한다.

숙소 배정은 미군과 합의되어 국적(한국과 미국)을 가리지 않고 한 방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데, 상호와 같이 숙식을 하는 장교 는 사령부 경리부에 근무하는 “이인호” 소령이다.

주월사로 전입하는 장교는 보직을 받기 전에 월남전과 월남 지역, 월남 사회에 대한 소개가 있다고 한다.

오전에 강당에 모인 전입 장교들에게,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민사심리참모부에서 나와 소관 사항과 일상 업무를 소개하는 데, 월남의 사회상을 가리켜 안전지대 와 위험지대가 불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이공에 있는 ‘주월사’는 월남전에 참전하는 한국군 전체의 전투 지원과 행정지원을 장악하고, 나트랑에 있는 야전사(野戰司)는 ‘베트콩’과 전투를 하는 육군의 ‘맹호사단’과 ‘백마사단’의 전투 지원과 행정 지원이 주 임무라고 한다.

한국군은 1번 도로의 방호가 목적으로, 사아공, 나트랑, 다낭 지역이 부대 주둔지로서, 기타 지역은 미군 담당이며, 한국군은 1번 도로를 지키기 위한 ‘베트콩’과의 전투에 부가해서, 민심 선무가 부차적인 목적으로, “백 명의 베트콩을 노치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하라”는 부대 구호는 한국군의 작전 목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아침에 큰아들이 월남군사령부로 출근하면, 저녁엔 작은아들이 산속에 있는 ‘베트콩’ 아지트로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미군 PX 물품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품은 같은 물품인 데도 한국과 같이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 미군 당국은 간접 무역이라고 해서, PX에서 유출되는 물품을 알고도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공엔 미군과 연합군(한국군, 호주군, 태국군)이 있어서 PX물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나, 미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전개하는 지욕, 특히 ‘타이닝’과 같은 국경 지대에는 PX물품이 풍부하다고 한다.

한국군은 연합군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내를 도는 미군의 ‘셔틀’ 버스를 승차할 수 있고, 미군의 식당에선 서명 하나로 식사를 하고, 주유소에선 서명 하나로 휘발유를 보급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상호 일행이 월남전과 월남 지역의 소개를 듣고 시간이 남았기에, 오후에 ‘쪼롱’ 지역에 있는 미군 PX에 들린다.

미쳐 PX 영내로 들어 가기도 전에, 한국군 범죄수사대에 있다는 사복의 청년 2명이 PX 출 입에 대한 시비다.

일과 시간에 PX에 출입했으니, 범죄수사대로 연 행하겠다는 것이다.

상호가 계급을 물으니 중사라고 한다.

죄인을 다루듯 불친절한 언행과 거만한 태도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조선조 5백년의 권위 의식은, 한-일 합방, 해방과 6.25 사변을 거쳤어도 죽지 않고 살아 서 바다 건너 월남까지 따라왔다.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싸움터에서 하사관이 영관 장교에 대한 예우가 대중 앞에서 모욕을 주는 것이냐”고 따지니, 사령관의 엄명이라고 하면서도 약간은 미안한 태도를 보인다.

다음날 오전에 사령관에게 전입신고를 마쳤다.

전임 채명신 사령관에겐 신고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신임 이세호 사령관에겐 무난히 신고를 마치고 나올 수가 있었다.

상호가 전날 오후, 육군 정보학교에서 교관으로 같이 근무하던 엄(嚴燮日) 대위로부터 정보참모부에서 전입 요청을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녁에 식당에서 만난 영어반 동기생인 윤(尹錫東) 대위로부터도 같은 말을 들었으며,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있었다.

윤 대위가 말하기를, 정보학교에서 정보판단을 가르치고 미군 정보학교를 나온 정보 전문가가 월남에 왔노라고 자기가 정보참모에게 알렸노라고 한다.

인사참모부에 등록당시, 인사 부특기를 참작해서 인사 교류장교로 기안하는 것을 본 상호는, 보직을 다루는 곳이 인사참모부요, 정보참모부에서 뒤늦게 전입요청을 했으니, 우선권은 인사참모부에 있다고 생각하며, 돌아가는 하회를 보기로 한다.

야전에 나가 ‘베트콩’과 싸우느냐, 아니면 사령부에 남아서 전투지 원을 하느냐가 불안하다.

야전에서 전투를 하던 미군이 출장 차 사이 공에 올라와서 ‘홍콩’ 호텔에 묵으면서, 권총도 아닌 M-16소총을 호텔 앞 에 설치된 격발통(擊發桶)에 총구를 대고 격발하는 모습에서 전쟁터라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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