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권ㆍ중계권 무기로 각국에 영향력
파워게임ㆍ뒷거래ㆍ비밀주의가 조직의 3대 실상
회원국 208개로 유엔ㆍIOC 압도하며 공룡 행세
2010 월드컵 개최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결정된 순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횡포에 무려 10년 넘게 굴욕을 당했기 때문.
스토리는 이렇다. 2002년 FIFA 회장직을 놓고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 회장과 경합을 벌인 제프 블라터는 재선되면 아프리카에서 2006년 월드컵이 개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접한 남아공은 블라터 재선을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아프리카 국가를 설득했다.
결과는 블라터의 재선 성공. 하지만 약속은 달랐다. 결국 FIFA는 독일을 2006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했다
그의 재선에 발벗고 나선 만델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그래도 남아공은 월드컵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달라진 블라터는 이젠 `중립` 카드를 놓고 남아공을 옥죄었다. 잭 워너 FIFA 부회장도 2010년 월드컵 주최국 투표 전날까지 만델라 대통령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끌고다니며 홀대했다.
결국 남아공이 모로코를 제치고 201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낙점받았다. 이 과정에서 만델라는 FIFA와 블라터 회장의 이중성과 권력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체험했다. FIFA는 절대권력이다. 축구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월드컵 개최가 각국의 정치적인 사안과 맞물리면서 정치권력으로도 군림한다.
`축구`라는 강력한 무기로 권력자들과 거래하고 전 세계를 울고 웃게 만드는 절대권력으로 통한다.
FIFA는 1904년 축구경기의 발전과 회원 간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제외한 유럽 7개국(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주도로 설립됐다.
만국의 공통어이자 자국민의 긍지와 민족주의 열기를 내포하는 월드컵은 2차 대전 이후 급속도로 세를 불려 나갔다.
FIFA 회원국만 봐도 그 규모와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FIFA 회원국은 현재 208개. 이에 반해 유엔은 192개국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5개에 불과하다.
이래서 FIFA 회장은 `축구 마피아를 지배하는 절대권력자`로 통한다.
`누가 월드컵을 훔쳤나`의 저자 데이비드 옐롭은 전 FIFA 회장인 아벨란제의 말을 통해 이 절대권력의 실상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나는 어느 나라 대통령과도 대화할 수 있다. 그들은 나를 똑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대접한다.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나도 나 나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축구의 힘이다."
그의 말처럼 FIFA 회장은 당연직 IOC 위원이 되며 외국을 방문할 때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FIFA와 `마피아`의 동일한 점은 은밀한 거래와 파워게임 말고도 또 있다. 바로 `비밀 운영`이다.
한 번의 월드컵 대회로 1조원 넘는 이익을 올리지만 FIFA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운영돼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월드컵 때마다 엄청난 이권이 오가지만 그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후원사에서 받는 정확한 금액도 잘 모른다. 견제할 기구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지도 비공개다.
회장과 사무총장 두 명만 모든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재정 수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계권이나 공식 후원사에 관한 사항은 오직 최고 핵심부의 전결 사항이다. 최고 의결기관인 집행위원회도 이 장부만큼은 볼 수 없다.
최고 결정기관인 총회(회원국 승인, 재정, 주요 보직 선출 등)가 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집행위에 분산돼 있고 이를 회장이 직할 통치한다.
또 회장은 개최권과 중계권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게다가 FIFA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해마다 사업보고서를 공개하지만 이마저도 축소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상의 법적인 대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