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의무경찰 복무와 그 기간 중 발생한 정신분열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의무경찰 복무 중에 발생한 정신분열증이 극심한 훈련을 받고 기합과 폭행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 장기간 복무하면서 받게 된 정신적 압박감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여, 복무와 정신분열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전문】
【원 고】
【피 고】
충주보훈지청장
【변론종결】
2008. 5. 1.
【주 문】
1. 피고가 2007. 3. 21.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8. 12. 22. 의무경찰 189기로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1989. 3. 5.경 000경찰서에 배치를 받아 복무하다가 1989. 6. 30.경 000경찰서로 전출되었다.
나. 원고는 의무경찰로 복무중이던 1989. 8.경부터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경찰병원에서 정신분열증으로 계속 치료를 받다가, 1990. 12. 6. 위 병증으로 인하여 의병전역을 하였다.
다. 원고는 위 정신분열증과 관련하여 자신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6호에 정한 공상군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4. 2. 13.경 원고의 정신분열증과 공무수행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2007. 1. 8.경 인우보증서, 진단서, 생활기록부 등 관련 자료를 첨부하여 재차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7. 3. 21.경 재등록신청에 대하여 같은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4, 5,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자신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입대하였다가 상급자의 가혹한 기합과 폭행 등으로 인하여 생긴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여 정신질환이 발병하게 되었다고 주장함에 반하여, 피고는 원고의 정신분열증이 군에서의 공무수행과는 무관하게 개인적 소인에 의하여 발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사실의 인정
(1) 입대 전 생활관계와 성격
원고는 중류층 가정에서 양친 슬하에서 성장하여 00초등학교, 00중학교, 00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7.경 00대학교 자원공학과에 입학하였는데, 고등학교 졸업시까지 건강이나 정신상태에 이상이 없었다. 대학생활 당시에도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건전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고,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으로 평가받아 동아리에서 부회장 활동을 하기도 하고,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 신체검사 및 교육훈련
원고는 입대 전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고 입대하여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의 군사훈련, 중앙경찰학교에서 6주간의 기본교육훈련을 무사히 마쳤고, 1989. 3. 5.경 청주 서부경찰서에 배치를 받아 의무경찰로 복무하였다.
(3) 복무 중 근무내용과 가혹행위
원고는 복무기간 중 경찰보조업무를 수행하면서 순찰 등 기본업무 이외에 시위진압에 빈번히 동원되었고, 이를 대비하여 극심한 훈련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시신을 지키는 등 기피 업무에 투입되기도 하였다.
처음 입대 후 000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같은 내무반의 상급자인 상경 소외 1, 2, 3 등으로부터 특히 심한 기합과 폭행을 당하였는데, 교육한 내용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침대에 누워 발을 들어 올린 상태에서 발바닥을 경찰봉으로 수십 대씩 때리고, 침상 올라가는 사다리로 전신을 구타하고, 내무반의 책상모서리에 깍지를 끼고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도록 하고, 수면 중에 경찰봉으로 머리를 때려 놀라 일어나게 하고, 구두 뒷굽으로 머리를 마구 차고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며 발로 걷어차는 등의 기합과 폭행이 매일 같이 반복되었다.
000경찰서로 전출된 이후에도 상급자들의 기합과 폭행은 여전하였는데, 40kg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배낭, 진압복, 방독면, 철모 등의 완전군장을 착용하게 하고 운동장을 10바퀴씩 뛰면서 선착순을 시키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의 기합과 폭행을 당하였다. 위와 같은 심한 기합과 폭행으로 원고와 같이 근무하였던 소외 4는 탈영을 하기도 했고, 소외 5는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4) 발병과 입원치료
이와 같이 극심한 기합과 폭행이 계속되면서 원고는 1989. 8.경부터 이상한 행동양상과 성격의 급작한 변화 등의 양상을 보이다가 서서히 호전되는 듯하였으나, 1990. 1.경 심한 훈련을 받고 나서 다시 정신분열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경찰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치유되지 아니하여 1990. 12. 6. 의병전역하였다.
(5) 전역 후의 상태
원고는 의병전역한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1992. 3. 6.경부터 00의료원에서 계속하여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2006. 4. 12.경에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 3급의 장애판정을 받아 장애인으로 등록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아침과 저녁에 1번씩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6) 가족력
원고의 부모와 형제자매 중 현재까지 정신병을 앓거나 그로 인하여 치료를 받은 사람은 없다.
(7) 정신분열증의 발병원인
정신분열증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규명되어 있지 아니하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발병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있는데, 단일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 최근의 종합적인 연구의 결과이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4,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4, 소외 5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청주의료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충주지사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원고 당사자본인 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공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라 함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하므로, 위 규정이 정한 상이가 되기 위하여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이 직접의 원인이 되어 부상 또는 질병을 일으킨 경우는 물론 기존의 질병이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으로 인한 과로나 무리 등이 겹쳐서 재발 또는 악화된 경우에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 판결,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두6379 판결 등 참조), 교육훈련과 부상·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정신분열증은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여 발병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점, 즉 원고는 입대전인 00대학교 재학시까지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그 정신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입대 초기 기본훈련까지 정상적으로 마쳤는데, 입대 후 약 8개월이 경과한 무렵에 정신분열증세가 최초로 발현되었고, 제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점, 원고의 가족 중에 정신질환을 앓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없는 점, 원고가 군에 복무할 당시 내무반의 상급자들로부터 심한 기합과 폭행을 당하였는데 그 수단과 방법이 매우 가혹하였으며,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되었던 점, 당시 원고와 같이 의무경찰로 근무하였던 자들이 위와 같은 기합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였던 점, 원고는 의무경찰로서의 기본적인 경찰보조업무 이외에 시위진압업무까지 담당하면서 많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극심한 훈련과 기합·폭행이 난무하던 복무환경 속에서 장기간 복무를 하면서 받게 된 정신적 압박감 등을 극복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군복무와 정신분열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정신분열증이 공무와 관련된 질병이 아니라는 사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