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년에 고객만족도 조사 전화를 받은 분들이 꽤 있으실 겁니다. 조사대상은 업무 이용고객이라고 되어 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모든 사람이 아닌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으로 한정하였습니다. 행정민원에서 행정서비스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고객"이라는 명칭이 과연 국가보훈처와 국가유공자(보훈대상자)간에 어울릴만한 용어인지 곱 씹어 봅니다.
사전적 의미의 고객(顧客)은 경제에서 창출된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개인이나 가구를 일컫는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을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객의 요구와 예측은 면접, 조사, 데이터 마이닝, 대화 등의 정보 수집 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요구를 결정하는 것을 도와 줌으로써 고객에게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컨슈머, 커스트머 리스트 (고객리스트)라고 하는데 편의상 자주 오는 손님, 단골손님과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따지고 보면 국가보훈처는 우리가 손님이 아니라 우리 업무를 대행해주는 공공기관이죠. 보훈대상자와 보훈공무원이 동반자라면 그 외의 사람들이 국가보훈처 입장에서는 손님(일반시민,국민)일수도 있구요. 고객이라는 말을 대부분의 행정기관에서 쓰이기는 하지만 굳이 국가보훈처에서 보훈대상자에게도 이런 용어를 써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라면 표현상의 문제 때문이라도 쓰지 않을 겁니다.
고객이라는 단어에는 꼭 따라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컴플레임, 응대, 스킬, 고객의 소리 등등 우리네 보훈처와 보훈대상자하고는 어울릴만한 용어들은 아니죠. 고객만족도 설문조사라는 단어보다는 보훈행정 만족도 설문조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을 굳이 고객이라고 표현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용어 하나가 대수냐 하지만, 원래 용어 하나로 극과 극이 나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대하는 태도와 입장이 바뀝니다. 예우로 해야 할 것을 고객서비스로 해야 하니까요. 예우로 대접하는 것과 고객서비스로 대접하는 것 자체가 차이가 납니다. 인식도 바뀝니다. 받는쪽이나 주는쪽이나...예전부터 이런 용어들이 신경이 쓰였는데 여전하네요.
이 말을 그대로 다른 부처로 차용해서 쓴다면 복지부의 단골 고객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이겠죠? *^^*
서비스도 재화와 용역에 포함이 되니 행정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고객이라는 점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쓸 데가 있고 쓰지 말아야 할 데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행정 서비스를 이용한 국민에게 "고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국가보훈처 보훈공무원들 용어 사용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부르니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보훈처에서 어떤 고객일까요? 고객도 고객 나름이라 우리는 사실 국가보훈처 입장에서 돈 안되고 돈만 축내는 호갱님들 아닐까요?
설문조사도 의도는 좋은데 항상 보면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인지 블랙고객님들한테는 전화를 거의 안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