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노병의 독백 - 국민방위군-귀향장정

[19] 노병의 독백 - 국민방위군-귀향장정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19] 노병의 독백 - 국민방위군-귀향장정

0 2,451 2003.08.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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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노병의 독백 - 국민방위군-귀향장정

귀 향 장 정

1951년 5월 13일 아침이다.

교육 훈련이 없다고 해서 연병장(운 동장)에 나가 서성거리는 데, 하얀 사람의 물결이 위병소 앞에서 진주 쪽으로 흘러간다.

철조망 가로 달려가서 걸어가는 사람의 물결을 바라보니, 하얀 색이 까맣게 찌들어 뿌옇게 부풀은  한복을 입은 젊 은이의 무리가 이불 보따리를 지고,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힘없이 걸어간다.

철조망을 잡고 걸어가는 젊은이에게, “무엇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통영 초등학교에 주둔 중인 국민방위군 병력으 로, 국민방위군이 해산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라고 대답 한다.

오후 1시가 되자 주번사령이 나와 병력을 집합시킨다.

사열대 위엔 현역 육군중위가 서 있는데, 신고 있는 빨간 가죽 장화가 유난 히 눈길을 끈다.

무궁화 잎 2개를 교차시킨 위에 태극 마크의 계급장을 단 방위군 대위가, “병력 집합 완료” 하고 밥풀띠기 둘의 육군중위를 보고 거수경례를 한다.

현역이나 방위군이나 다 같은 군인으로, 현역과 예비역이라는 구분은 있으나 예우 상 계급은 동등하다고 배웠는데, 방위군 대위가 현역 육군중위에게 경례를 한다.

현역 장교는 모여 있는 방위군 대원을 향해, “여러분,  다가오는 전투를 위해 매일같이 군사 훈련을 받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러분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오늘 부로 국민방위군이 해산되고 여러분은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각자 고향 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 하십시오”라고 하는 데, “진정한 애국자” 라는 말에서 억양을 높인다.

단상의 육군중위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데, 단하의 방위군 대위 는 패잔병처럼 초라하다.

600명의 대원이 육군중위 말 한마디에 자유의 몸이 되어 양곡창고에서 쌀 두 말씩을 지급받고 그 자리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50여 년의 역사가 흐르니 그날은 국민방위군이란 군사조직이 해체되는 날이오, 방위군대위는 불안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특별한 수송대책도 없이 귀향장정(歸鄕壯丁)이란  증명서 한 장만 주며 각자 알아서 고향으로 가라는 데, 시청이나 읍면사무소까지 귀향 장정을 목적지까지 수송해 주라는 지시가 내려갔는지, 상호 일행  이 무리지어 신작로 위를 걷고 있는 데, 지나가는 트럭이 멈춰서는 적재량까지 장정을 승차시킨다.

부어 오른 얼굴에 이불을 짊어진 거지같은 모습은 한 눈에 귀향장정이란 것이 식별되어, 전국 어디서 나, 시,군 공무원이 이들 귀향장정을 적당한 집으로 안내해서 숙식을 제공한다.   

상호는 남원에서 일박을 하고 전주 역에서 하차할 때다. 시청 공무원이 집찰구에서 귀향장정을 기다리다 상호를 보더니, 제법 큰 기와집으로 안내한다.

누워서 쉬라고 안방을 비워주고, 초등학교 선생으로 근무한다는 주인이 저녁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고려 태조 왕건이 임종(943)시에 중신 박술희를 불러서 ‘훈요십조(訓要十條)’라는 유언장을 주었는 데, 이것은 불교를 숭상하라는 것과 후손의 가계 (家系) 보존방법, 공주 이남의 산형지세(山形姿勢)가 배역(背逆)의 형상이니, 그곳 출신은 관직에 중용치 말라는 것으로, 가족간의 은밀한 전서 (傳書)였는 데, 이것이 외부에 알려지며, 조선조에 들어와서 당쟁에 이용되며 호남 사람을 중용하지 않은 근거가 됐다면서, 훈요십조는 호남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서울로 돌아가면 호남 사람이 듣던 소문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달라고 부탁한다.

전주에서 일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생업에 종사하는 데, 국민 방위군에 소집된 사람에 대해서, 정부 당국은 광목 한 통으로 보상을 한다.   

1951년 3월 15일 오산까지 침공했던 공산군이 서울에서 패퇴하고, 북으로 도망치니, 피난갔던 서울 시민은 도강 증명서를 가지고 장안으로 들어가고, 도강 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영등포 이남에서 한강을 굽어보며 전시 피난살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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